각 권별로 각양각색의 재미를 전해주는 캐드펠 시리즈. 2권이 고전모험소설의 꿈과 낭만을 제공했다면, 3권을 수도원에 찾아온 한 영주가 독살당하는 사건을 통해 범인을 추적하고 밝혀내는 전형적인 고전 미스터리의 재미를 준다.특히 이번편은 캐드펠의 '탐정'으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져 세 권 중 가장 추리소설적이라 할만하다. 심지어 스스로의 명예를 (할아버지의 명예는 아니지만 김전일 느낌으로다가) 걸고 범인을 밝혀내겠다고 선언까지하는 당당한 캐드펠의 모습을 볼 수 있다.살인도 한건이고 용의자도 제한적이지만 330여 페이지가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르게 재미가 있다. 이는 cctv와 과학수사로 삽시간에(혹은 허탈하게) 범인을 잡아버리는 요즘 경찰수사물과 달리 오로지 관찰과 추론, 직관에 의해서 한발한발 범인에게 접근해 가는 끈적끈적한? 수사과정만이 줄 수 있는 매력 덕일 것이다.선과 악은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는 캐드펠의 가치관 처럼 범인을 찾아낸 이후의 처리 역시 다른 추리소설과 크게 차별화된다. 중세인의 낭만일지 무법적-초법적 가치관일지는 모르겠지만 범인에 대한 단죄보단 모든 등장인물들이 행복해지는 결말을 추구하는 캐드펠의 대담한 결단도 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