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가시노 게이고가 데뷔 35주년인 2020년에 발표한 '녹나무의 파수꾼'의 후속작. 전편 '녹나무의 파수꾼'을 안읽고 봐도 될 만큼 친절한 설명에다 전작은 이 책을 위한 빌드업이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청출어람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옮긴이의 말에 '악하고 독하기만 한 스토리에 혹해 있던 눈에(헉스..난데..) 이 책의 잘 짜인 선한 이야기는 순한 물처럼 마음을 씻어 주는 영험한 힘이 있습니다.' 라고 할 만큼 작가가 대놓고 착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썼는데, 대놓고 감동해버렸다.

이 책은 작가의 자부심과도 같았던 이공계적 지식과 설명을 버리고 이순을 넘긴 후 새로이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듯한 감동과 휴머니즘을 아낌없이 쏟아넣었기에,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다행히도 작가의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는 페이지가 삭제되버리는 듯한 놀라운 가독성은 어디 안갔다.

개인적으로 전작은 다소 심심했었는데, 후속작인 이 책은 글의 짜임새나 완결성이 전작을 뛰어넘는걸 넘어서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처럼 성공적인 새로운 시리즈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또는 독자로서의 바람)이 보인것 같았다.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독자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시는 대가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하며, 이 책이 아직도 히가시노 게이고를 안 읽어본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용의자x를 넘어 히가시노의 입문서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