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
에프(F)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용사'라 불리는 RPG 게임의 주연이 아닌, 조연에도 못미치는 거의 무생물 수준의 npc(non-player character)를 주인공으로 삼는 신박한 판타지 소설이자, 재미반 교양반으로 이루어진 경제 교양 소설이다.

용사가 게임을 시작하는 마을의 도구점에서는 최상급 무기와 방어구를 살 수 없다. 드래곤 블레이드 같은 최강의 무기를 들고 시작한다면 마왕까지 이르는 그 험난한 길이 훨씬 편해지며, 용사들의 생존확률도 훨씬 높아질 텐데 말이다.(이 세계에서는 마왕에게 도전한 용사가 전부 사망한다)

동생이 용사로 선정되어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출정하게 되자 견습상인 마루는 동생에게 최상급 무기를 구해주고자 하나, 상인길드가 정한 규칙으로 인해 상점에선 동검밖에 팔지 않는다고 한다.

마루는 이런 불합리한 규칙에 의문을 갖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상인길드를 찾아 모험을 떠나면서 각종 경제원리들을 몸소 배우게 되며, 결국 이 세계가 숨기고 있던 비밀에 도달하게 된다.

중국식 양산형 모바일 게임들이 망쳐놓은 mmo rpg가(요즘엔 무슨 5성뽑기 1000회 이러면서 렙1에 드래곤블레이드를 들고 시작해버린다..) 아닌 그때 그 시절의 롤플레잉 게임. 소위 레벨 노가다를 강요했고 불편하고 불친절하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도트 그래픽의 jrpg 갬성이 이 책의 기본적인 세계관을 이룬다.

이 갬성을 공유한다면 이 책은 거의 어린시절 앨범 보듯이 울고 웃으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거기다 그때 게임하면서 부모님께 혼났던 억울함을(쓸데없이 게임하지말고 공부해!) 독점, 담합, 시장경제 원리 등의 경제학적 소양으로 보상받을 수 있기에, 즉 게임을 통해 공부도 할 수 있기에 일석이조다.

하지만 옛날 rpg의 감성을 모른다 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 커리어 컨설턴트이자 3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인기 유튜버인 저자가 전문지식과 화려한 글빨로 게임을 모르고 관심도 없는 독자를 용사와 마왕, 모험이 존재하는 세계로 자연스럽게 초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