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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어느 초원에서 잘까 - 아르항가이 초원의 어느 여름 이야기
비얌바수렌 다바.리자 라이쉬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이곳은 중국의 소수민족 자치구인 내몽고가 아니고 독립공화국 몽골이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아닌 게르를 짓고 때를 맞추어 옮겨 다니는 전형적인 유목민 가족이다.
초원은 푸르고 하늘은 높으며 밤에는 별도 쏟아질 듯 많다. 아이들은 바람에 맞아 볼이 빨갛다.
내가 보기에 그들의 생활은 너무도 단순하고 간단해서 전혀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 그들은 그래도 큰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
이를테면 그들이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음을 깨우치는 방법은 이렇다. 손을 쫙 펴고 손바닥을 이로 깨물라고 시킨다. 아이는 여러 번 시도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거봐,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어."
이 이야기는 한 편의 동화이다.
나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살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나는 참으로 욕심이 많구나, 편하게 살고 있구나 그렇게 복에 겨운데도 또 바라는구나... 그랬다.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몽골에는 유목민만 사는 것도 아니고 도시사람이 더 많고 그들도 선거도 치르고 학교도 다니면서 현대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게 어이없게도 신선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고정관념이라니! 거기도 21세기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세상 한복판이 아닌가.
도시에서 찌든 마음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은 가시는 것 같다. 안 그래도 내내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가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까 그 결심이 더욱 굳어진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이런 책을 보는 이유는 뻔하다. 위로받기 위한 것이다. 상채기가 가득한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책은 너무나 정성스럽게 잘 만들었다. 교정도 흠 잡을 데가 없다. 사진도 귀엽고. 남은 건 사람들이 책을 보는 잠깐 동안이라도 여유를 가지는 것이겠다. 몽골의 초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겨보는 것이겠다. 그러다 보면 누가 알겠나. 조호르가 옆에 와서 손바닥을 핥아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