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두는 여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보았다. 출퇴근 시간에 왔다갔다 하면서 가끔은 졸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즐거웠다. 버스 안에서의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다. 짧게 줄거리를 말하라면 1930년대 일본 중국 침략군의 한 젊은 장교와 중국의 만주족의 한 소녀가 만들어가는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가 될 것이다. 구성은 장교와 소녀의 독백이 번갈아들며 이어진다. 독백이므로 시제는 항상 현재이다. 각 장은 짧고 흐름은 부드러워서 곱게 넘어간다. 그러나 전체 서사의 규모는 결코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다. 일본과 중국 북부의 붉고 넓은 대륙과 그 사이의 통로로 조선까지 나오니까 동북 아시아 3국을 무대로 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 거대한 서사를 잇는 에피소드들은 세밀하고 치밀해서 허술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 탓인지 격한 장면이 나올 때도 그다지 격렬한 정서적 반응은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샨사 shansa라는 소설가는 기억해서 찾아볼 만한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당초에 관심은 중국에 관한 기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읽고 나서는 그 사람 자체가 궁금해졌다. 중국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문학신동으로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프랑스어로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어린 중국소녀가 프랑스에 가서 말을 배우고 그 언어로 다시 중국을 배경으로 글을 썼다는 사실 자체가 사실 조금 이채롭기는 하다. 그가 자라면서 겪었을 여러 가지 것들이 궁금하다. 번역과 교정 모두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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