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노릇
펑쯔카이 지음, 홍승직 옮김 / 궁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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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의 기획자이자 대표인 김갑수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홍승직 교수가 재미 삼아 끼적거린 펑쯔카이의 번역글을
보았을 것이다. 그 글을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거나 적어도
어느 정도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홍승직 교수에게
연락해서 책으로 내자고 했을 것이고 그의 동의로
이 책은 출간되었을 것이다. 이미 번역되어 있는 것으로 묶어서
내려다 보니 아무래도 일관성은 다소 떨어져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긴 수필의 성격이 일관성을 요구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기도 하니까.

이 사람은 중국의 파란만장한 대격동기를 온몸으로 거치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에 비하면 자신이 고생한 경험들을 다룬
글은 전무하고 (이 책이 선집임을 감안하더라도) 죄다 편안하고
고즈넉한 경험들이 주류를 이룬다. 개중에는 근본적인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외국어 학습법도 나온다. 무조건
외우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나의 경우를 되돌아보아도
역시 외국어는 그 말이 정답인 것 같다. 외국어 배우는 데
무슨 다른 왕도가 있으랴.

펑쯔카이는 무척이나 세심하고 민감한 정서를 가진 사람이다.
그의 글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미치고
뭐랄까 여유가 있다. 뒤에 부록에 나오는 그의 연보를 보면
그는 문화대혁명 중의 고초를 받고 그 여파로 죽은 것으로
보이는데 대장정의 과정에서 겪었을 격동의 역사는 여기 나온
이 책에선 볼 수가 없다. 다른 글도 그런지는 잘 알 수 없다.
다만 최근 들어 중국의 논픽션이 조금씩 번역되어 나오는
것이 반갑고 즐겁다. 이 책은 아마도 '셀러'가 되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읽고 나서 맘에 든 사람들이 입소문으로 근근히 읽혀질
정도의 책은 되는 것 같다.

중국 인터넷으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그의 글을 원문으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丰子恺. 이 글자를 긁어다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치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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