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남자 - 양장본
카롤린 봉그랑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봉그랑.
이름도 특이하기도 하지. 봉 씨다. 헤헤. 무슨 물방울 떨어져서 생기는 모냥 같기도 하고 비누이름 같기도 하고. 프랑스 신인작가라는데 그건 초판이 나왔을 때의 이야기니 지금은 중견작가가 되어 있겠다.
주인공 콩스탕스도 지금쯤은 중년 아줌마가 돼 있겠다.
constance는 한결같음. 이란 뜻인데 이 덕목은 내가 세상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중의 하나라서 괜히 반가웠다. 이 책은 프랑스 소설이란 느낌이 팍팍 난다.
콩스탕스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관계를 맺는 방식.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고독을 무슨 장식물처럼 가지고 다니는. 발랄하고 생기 넘치고 톡톡 튀는 프랑스 아가씨가 눈에 막 보이는 듯하다.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제목대로 딴 작가의 작품에 과감하게 밑줄을 긋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으로 내화하는 능력이다. 이런 작품을 쓰기 위해서 봉그랑은 해당 작가들의 작품을 수없이 읽고 소화하고 상상했을 거다. 작품에서 묘사한 콩스탕스의 방과 꼭 같은 방에서 작가가 비슷하게 책을 읽고 글을 썼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그 상상은 묘하게도 은밀하면서도 즐겁다.
결국 외로운 한 아가씨가 자신의 상대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다룬 글이긴 하지만 맛깔나는 글솜씨, 생기발랄한 콩스탕스의 매력으로 이 책은 훌륭한 읽을거리가 되었다.
끝은 다소 지리멸렬하다. 백마를 탄 왕자는 결국 존재하지 않았고 그녀가 찾아낸 연인은 그 존재하지 않는 왕자를 찾으려고 집착증까지 보인다. 그 속에서 현실을 깨달은 그녀는 여전히 외롭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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