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 이야기 살림지식총서 63
임대근 지음 / 살림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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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에서 나온 문고는 처음에는 마땅치 않았다. 미국에 관련한 엉성한 시리즈부터 시작했기 때문인데 사실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으니까 그냥 첫인상만 구겼다고 해두자. 

살림문고는 대체적으로 한 개의 테마를 잡고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물론 그것이 아주 작은 주제가 아니고서는 웬간한 주제를 잡으면 개론 수준으로 언급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분량이 몹시 적다. 그러나 의제설정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문제제기를 하기에는 아주 좋은 수단이 될 수 있겠다. 비용도 적당하고.

이 책 <중국영화 이야기>는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다루고자 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방대하다. 중국영화에 대한 인상에 대한 적어두기로부터 시작해서 중국영화의 개괄적 흐름, 그 흐름이 도출된 역사적 배경까지를 다루려고 하다 보니 글이 두루뭉실할 수밖에 없다.

그보다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는 중국영화를 보는 방법과 관련해서 제기하고 있는 의제다. 그건 그 내부적 맥락에서 보기다. 내부로부터 바라보기 위해서 학제적 연구를 할 것을 제안하면서 지역학이 영화를 바라보는 데 유용할 수 있겠다고 전언한다.

내가 알고 있는 지역학이란 해당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등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섭렵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이다. 중국학, 미국학... 이런 식의 이름으로 되어진 '학'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학문은 제대로 말하자면 있으면서도 없다. 학문은 그 나름의 고유한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 지역학이란 '학'은 정치학, 경제학, 역사학의 기존에 인정된 '학'으로부터 방법론을 이것저것 끌어와서 사용하지만 정작 자신만의 고유한 방법론은 없다. 학문의 개념을 논하면서 지역학이 학문이 아니라고 성토하는 사람들의 지론은 일단 그렇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학문이란 게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인가? 그 근본목적을 캐면 인간을 둘러싼 환경을 체계를 갖춰서 제대로 이해하고 보다 깊은 이해를 통해서 인간이 보다 잘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학문이 아니겠나,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하는 게 참된 학문이 아니겠나 말이다. 그런 견지에서라면 지역학이 문제가 될 이유는 전혀 없다. 그것이 학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하자.

근대로 들어서면서 모든 학문은 나눠질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나눠졌다. 그래서 무슨무슨 박사라고 해봐야 자기가 공부한 그 작은 부분만을 알 수 있을 뿐이지 어떤 전체를 개괄하거나 꿰뚫는 시각은 가지기 어렵다. 학제간 연구란 그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 말하자면 폭넓은 교양인을 만들자는 얘기다. 지역학이란 건 그를 위한 방편이다.

저자는 영화가 서양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네의 시각으로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지양하기 위한 대안으로서도 이 방법이 유용하다고 본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살짝 맛만 보여준다. 어떤 것이 지역학적 방법을 이용한 영화보기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차후에 나올 저자의 글을 유심히 봐야겠다. 이 책을 보면서 영화란 것을 보면서 이것저것 같지 않은 말을 늘어놓게 되는데 그것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런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이란 게 무엇인지에 대해 진짜 궁금해졌다. 생각해볼 문제다.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일독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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