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추한 내 방 태학산문선 109
허균 지음, 김풍기 옮김 / 태학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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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학사에서 꾸준하게 내고 있는 산문선으로 109권으로 되어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시리즈다.

이 책을 편역한 김풍기 선생은 수유에서 한 번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둥근 얼굴에 각진 뿔테 안경을 썼고 목소리도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그때 선생이 강의했던 것은 유협에 대한 것이었는데 <조선유협사>를 써볼까 하고 얘기하기도 했었다.
유협에 대한 얘기를 길게 하면서 여러가지 옛날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솜씨는 말투가 다소는 또박이 말투이면서도 끊어지지 않고 풀어내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수유에 관계하고 있는 선생의 말투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를테면 '앉아서 유목하기'같은... 사실 그렇게 티가 많이 나는 건 아니었고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허균은 그 당시 뛰어난 선비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다양한 면모를 보였다. 시인, 사회개혁가, 떠도는 유랑객이기도 하였고 여러가지에 능했다. 그가 죽은 뒤에 아마도 그의 후손이 모았을 그의 문집은 <성소부부고>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책은 그 문집에서 김풍기 선생이 내키는 글을 골라 자신의 생각을 담은 짧은 글을 덧붙인 것이다. 개중에는 물론 시도 있을 터이지만 산문선이라서인지 시는 없고 주변이야기를 담은 글이나 주장을 담은 문장을 주로 모아두었다.

산문선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책들이 옛글을 번역한 것이면서도 오늘을 사는 내가 읽어도 마음을 울리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가지고 있던 사회에 대한 여러가지 불만이나 욕구, 어떤 일을 하는 마음가짐과 기본자세 등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가 거명한 이름 중에 내가 들어본 이름도 제법 된다. 한석봉이나 이달 같은 사람이 허균과 교유가 있었다는 사실에서 어떤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산문선의 특징은 뒤에 원문을 꼭 적어두는 것인데 이것은 한문을 공부하는 이에게는 매우 쓸모가 있다. 한자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딱이다. 다만 책값은 인정할 수 없다. 지나치게 비싸다. 책값은 오천 원이면 충분하다. 어쨌든 산문선은 틈나는 대로 두고두고 펼쳐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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