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옷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은 옮긴이의 소개에 따르면 내가 전에 신경숙 같다던 파트릭 모디아노의 재현이라고 하니 파트릭 모디아노가 프랑스 문단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이 무척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다.
아멜리 노통도 그만큼 대단한 인물이라고 한다.
나에게 눈에 뜨인 부분은 그녀가 동양의 여러 도시에서 자랐다는 사실이었다. 일본, 베이징, 뉴욕,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 아 뉴욕은 아니군.
아버지의 직업이 외교관이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는 거다.
그래서 벨기에로 가서 정작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주위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고독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25살에 전격적으로 데뷔했고 천재작가의 칭호를 얻었다는 것이다.

다른 작품을 읽어본 바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이 <시간의 옷>은 등장인물이 둘뿐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셋이라고 해야겠지만 처음에 잠깐 등장하는 친구는 비중이 거의 없으니 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대화만으로 이렇게 이끌어가는 소설이라니...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싶기도 한다. 따다다다 화법. 설정은 이렇다.
폼페이가 화산재에 뒤덮혀 단박에 유물이 되었다는 사실. 그것이 자연재해가 아닌 인위적인 조작에 의한 것이라면? 친구를 상대로 그런 가설을 풀어내던 작가는 미래로 끌려가고 미래에서 그 '자연재해'를 조작한 인물과 대작하게 된다. 그 다음 소설 전체는 이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구성된다.

이 두 사람의 대화를 영화에서 재현하기는 배경이 너무 단조로워서 불가능할 듯싶고 라디오극쯤이라면 괜찮을 것도 같다. 우리나라에선 어려울 것 같고 프랑스 라디오 방송국에서라면 가능할 것도 같다.

근데 놀랍게도 이 소설은 재미가 있다.
배경도 없고 특이한 사건도 없는데 작가의 재치나 위트, 유머, 역사적인 추리력, 두 사람의 캐릭터, 미래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술술 넘어가는 것이다.

이야기 중에 언급되었던 여러 소재들 중에서 미래의 세상이 동방과 서방으로 나뉜다는 부분은 이채롭다. 북방과 남방의 개념은 완전히 제거되었다는 것이다. 가난과 비참으로 상징되는 남방을 완전히 제거했다는 얘기였다. 이런 은근슬쩍 정치적인 얘기도 끼어넣으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계속 유도해 나가기로 한 것 같다.

어떤 부분의 대화는 너무 수준이 높아서(또는 너무 여러 번 꽈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대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다. 다른 소설은 어떻게 썼을지 궁금하다. 나중에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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