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이오덕 외 / 보리 / 1996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크게 네 장으로 나뉘어지는데 대체적으로 이오덕 선생님의 입김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냥 별생각없이 읽기는 했지만 읽다보니 심각한 질문에 부딪힌다. 과연 어떤 글이 잘 쓴 글이고 어떤 글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이 책에서 말하는 잘 쓴 글의 정의는 간명하다.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경험에서 솔직하게 느낀 것들을 담백하게 풀어내는 글이 잘 쓴 글이다. 그런 견지에서 보면 요즘 나와 있는 대부분의 글들은 잘못 쓴 글이 된다.
필자들이 대부분 식자들이고 그러다보니 말도 어렵고 난해한 경두가 많다. 그리고 생활에서 우러난 경험이라기 보다는 어떤 한 주제를 잡아서 그것을 연구하고 발상을 덧붙여서 나온 글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런 글쓰기는 '제대로 된' 글쓰기가 아닌가.
이 책의 논지는 다소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노동자들의 경험을 솔직하게 써낸 글 이외의 다른 성격의 글쓰기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해할 수는 있다. 이 글은 아무래도 뭐랄까, 선언문의 성격이 강한 이유일 것이다. 부러 강조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쓰도록 촉구하는 성격이 짙다는 말이다. 그런 전략의 차원에서 족히 이해할 수 있다.
각설하고 그것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론 중의 하나는 말하기와 쓰기가 있다면 말하기가 먼저 온 것이고 쓰기는 나중에 온 것인데 쓰기는 말하기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까닭은 말하기는 이해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쓰기만을 위한 쓰기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서면어로 된 말들에 한자어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자주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널리 알고 있는 바다.
이 문제도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서면어가 가진 장점은 없을까? 물론 추상적이고 어려운 말을 할 수 있는 대로 풀어써야 한다는 말씀은 백 번 옳은 말씀이지만. 다양성의 차원에서 서면어가 가진 장점도 무언가 있을 거라고 본다. 정확하게 집어내긴 힘들지만.
그러나 비어와 번역투의 문장이 판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렇게 한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마음속에 없는 말을 거짓으로 꾸며서 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