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행과 역설 ㅣ 에드워드 사이드 선집 6
에드워드 W. 사이드·다니엘 바렌보임 지음, 장영준 옮김 / 생각의나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의 저자이고 저명한 문화평론가이다. 이 사람의 국적은 팔레스타인이지만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한몸에 담고 있는 지식인이다. 바렌보임은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대단히 유명한 인물이란다. 대화를 나눈 내용으로 미루어보건대 대단한 철학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들이 주로 나눈 이야기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로 고전음악. 서양의 클래식. 모든 대화가 그러하듯이 어떤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의 대화에는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색채가 있다. 음악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음악이란 것에 대한 이들의 생각. 고정된 음악이란 존재하지 않고 이로 인해 음악은 영원할 수 있다는 논리.
이들은 서로 친한 친구이고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 논쟁거리가 될 만한 것은 바그너와 나치와의 관계. 그리고 나아가 바렌보임이 문제의 이스라엘에서 유대인의 신분으로 나치가 숭앙해마지 않았던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했다는 것. 예술가에 대한 평가의 문제에 대한 관점도 기억해 둘 만하다. 예를 들어 바그너가 반유대주의를 소리 높여 외치고 실제로 그런 내용의 글을 썼다는 사실(이는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과 그가 만든 음악 자체의 훌륭함으로 인한 그 평가의 문제.
사이드는 놀랍게도 그 예술가의 음악은 음악대로 훌륭하므로 인정해야 하고 그의 정치적 행동은 따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한국에서라면 어땠을까? 과연 가능했을까? 미당이나 육당이 그들의 행적과는 달리 그들의 작품은 그 자체로 훌륭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논리. 이 문제는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작품이 훌륭한 것을 아니라고 해야할 것인가의 문제.
왕양명의 지행합일에 의하면 언어도단. 그들은 단죄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지금은 세월이 흘렀고 글쎄다.. 어떤 논리가 올바른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방점을 두어야 한다면 택일해야 한다면 지행합일이 나로선 더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