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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미술관 - 예술 애호가의 미술 사용법
임지영 지음 / 플로베르 / 2022년 1월
평점 :

제목부터 말하고자 하는 주제까지 내 마음에 콕 박혀서 잊히지 않았던 것이 이 책을 읽으려는 마음까지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느리다는 단어도 좋았고, 걷는다는 움직임도 참 좋았다. 그 안에 내가 관심 있는 미술이라니 더할 나위 없이 설레는 감정에 휩싸였다. 사실 관심이 있다고 하지만 미술 또는 예술이라는 단어만 들었을 때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쉽게 접하지 못할 거라, 접해도 이해하기 힘들 거라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나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핑계를 하나 더 대자면 심리적 거리에 이 시기에 물리적 거리까지 합쳐져 더 어렵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다양한 곳들을 다닐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보며 첫 장을 넘겼다.
책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자면 다양한 미술관을 방문한 글쓴이가 간단히 작가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본인이 느꼈던 감정들을 짧게 서술하는 방식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나이도 직업도 다른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 미술 어쩌면 글쓴이에 대한 친근감이 들게 했다.
[@1] 미술에 대해 꽤 많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던 내가 좀 더 열린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문장이었다. 나는 어두운 색감을 선호한다는 것이 그날의 감정이라던가 어쩌면 좋아하는 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두운 색감을 선호한다는 것은 단지 기분의 영향이 아니라 여유의 증거라는 새로운 관점을 접하고, 감탄사를 남발하며 매우 신기해했던 것 같다.
[@2] 전시회 뿐만 아니라 같은 영화, 같은 책, 같은 드라마를 세 번 보는 일도 참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하게끔 만든 전시회가 어떤 전시회일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책에 실린 그림 단 하나였지만, 모든 활동에 제약 없는 내가 그리는 그림보다 더 분명하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어떤 방법이든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표현된다는 점이 참 멋있게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3] 언젠가 기다림을 떠올리면 막연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다 보니 나도 많은 기다림을 겪는 동안 꽤 많은 것을 배우고,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다릴 때 나는 좋아하는 것을 마주할 때보다 더 설레기도 했고, 또 어느 기다림을 마주했을 때는 버티고 버티느라 힘들지만 그 안에서 또 적응하려 애쓰기도 했다. 기다림의 종류가 다양하듯 나 역시 많은 관점에서 시야가 넓어졌다.
책을 읽는 내내 미술 작품들을 직접 접하는 것만큼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앞으로는 전시회를 마냥 낯가리며 다가가지 않아도 동네 친구 만나듯이 편하게 느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나처럼 미술은 접하기도, 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어려운 시기가 무사히 지나가면 멀리서나마 전시회를 같이 즐길 그날들을 고대해 보며...
[@1]
밝은 사람들은 어둠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그래요. 진짜 마음이 어두운 사람은요, 어두운 작품 컬렉션 못 해요. 슬픔에 짓눌리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힘들거든요.
(느리게 걷는 미술관 53 Page)
[@2]
같은 전시를 세 번 보러 왔다. 처음 있는 일이다. <빛나는 눈들> 전시회. '프리즘 프라이즈'라는 전국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미술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이다. 처음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도 모르게 와아! 소리가 이어졌다. 강렬한 색감과 단순한 형태가 주는 감흥은 색깔만큼 선연해서 마음이 금세 사로잡혔다. 각장애 친구들의 작품이어서 부족하거나 어설퍼도 응, 괜찮아, 그래, 그래, 봐주려던 나의 편견이 부끄러워지며 단박에 깨졌다.
(느리게 걷는 미술관 75 Page)
[@3]
카메라에 눈을 바짝 댄다. 프레임 속 세상, 아름다운 가을 하늘과 들판 가득 춤추는 핑크뮬리, 그 속에서 둘이 웃는다. 핑크뮬리의 아스라한 분홍도 그들보다 어여쁘지 않다. 티끌 없이 청명한 하늘도 사랑보다 다정하지 않다 두 사람의 눈웃음에 중심을 잘 맞추고 엣날식으로 하나, 둘, 셋 공들여 셔터를 눌렀다.
현상될 때까지 기다려야겠네요!
네, 기다리는 시간이 좋아요.
둘의 얼굴이 가을 햇살보다 빛난다. 시간을 나누고 있구나, 사랑을 키워가고 있구나. 사랑은 기다릴 줄 아는 것이니까. 예쁜 사랑하세요! 주책 떨고 싶은 걸 참았다.
(느리게 걷는 미술관 18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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