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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1 : 재능있는 리플리 리플리 1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그책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들롱이 나온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 혹은 2000년의 리메이크작 [리플리]의 원작 소설이며,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패트리셔 하이스미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사실 소설 자체의 원작은 [The Talented Mr.Repley]이고. 국내에는 [태양은 가득히]로 동서문화사에서 발간되어서 이미 읽었었지만 이번에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던 리플리시리즈 전집이 그책출판사에서 나오기 시작해서 그 시리즈로 새로 다 사서 보기 시작했다. (1-4권 출간 완료. 5권은 발매 예정)

내용은, 영화들에서 어느 정도 영화적으로 변형을 해놓기는 했지만, 알려진 내용과 비슷하다. (전반적으로, 메레디스라는 듣보잡(케이트 블랑쉐 언니 미안;) 캐러가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리메이크 작품이 더 원작에 가깝다. ) 톰 리플리라는, 계산을 잘 하고 남 따라하기를 잘 하는 한 청년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 세금 빼돌려주는 일 등 간단한 잡들만 하고 살다가 대강 면식이 있는 디키라는 애가 지금 유럽에서 계속 놀고 있는데 걔 좀 집으로 다시 들어오게 가서 설득해달라는 디키 아버지의 청을 받고, 이 지긋지긋한 삶에서 탈출할 기회라고 생각한 톰은 신나게 이탈리아로 가서 디키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디키에 대해서 미약한 애정과, 동경을 품게 되지만 그로 인해서 받는 것은 좌절감과 열등감. 그리고 제대로 일은 되는 게 없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그 진절머리나는 생활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싫다는 느낌. 그러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디키 행세를 하고 살기로 하고 디키를 죽인다. 그리고 디키의 매달 집에서 오는 돈과 그가 가진 재산을 가로채기로까지 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 중에서 주인공 리플리의 증오, 애정, 초조감, 좌절감, 그리고 미칠 듯한 생각들이 어찌나 건조하면서도 팍팍 와닿던지, 나도 모르게 리플리 편이 되어서 (물론 영화 볼 때도 리플리를 좋아하긴 했다. 오죽했음 그 영화 보고 맷 데이먼이 좋아지더라.) 경찰이 한 번 올 때마다, 디키 아버지나 친구가 올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더라. 분명 착한 캐릭터도 아니고 크게 동정이 가는 캐릭터도 아닌데 막 정이 간다. 하이스미스님하가 애정을 담뿍 갖고 쓴 캐릭터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그러다보니 영화와는 살짝 다른 책 엔딩이 더 맘에 들고, 그간 봐온 하이스미스님의 시니컬함이 더욱 잘 느껴졌다. 한결같이 바짝바짝 긴장하게 하는 진행에다 아름다운 주인공의 심리상태 묘사까지. 그저 훌륭함 그 자체랄까. 처음 봤을 때부터 다시 읽은 최근까지 하이스미스 언니는 한결같이 멋지다. 

그런 의미에서 이 분의 책을 국내 발간된 것은 내가 아는 한에서는 다 읽어버린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또한 새로 나와서 좀 기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번역은 여전히 좀 껄끄러우니 마음에 안 들어서 더욱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위에도 몇 부분 발췌해놓기는 했지만, 처음 읽었을 때는 정말 읽다가 갑자기 마음이 한없이 내려앉으면서 온몸이 다 아파와서 결국 읽다 중간에 책을 좀 덮고 잠을 청해야 했던, 다시 읽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펜을 찾아서 체크를 했던 한 부분을 살짝 따온다.

그것은 옛날부터 항상 진실이고, 과거에 알았던 사람들에게도, 앞으로 알게 될 사람들에게도 진실이다. 
어떤 사람이 그의 앞에 서 있었고, 장래에도 그의 앞에 서 있겠지. 그런데 그는 언제나 그들을 알지 못했었다고 깨닫는 때가 온다. 무엇보다도 잘못된 것은 언제나 반드시 아주 짧은 기간이나마 그는 그들을 알고 있었고 그들과 완전히 융합되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필설로는 나타낼 수 없는 충격에 그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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