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괴물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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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도로변에서 한 남자가 폭사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폴 오스터의 <거대한 괴물>은 시작한다. 이 소설의 화자는 피터 아론이라는 이름의 작가다. (재미있게도 이 주인공의 이름은 폴 오스터의 첫 글자와 같다. P.A) 폭사한 남자의 신원이 밝혀지기 전에 나는 이 글을 쓰려고 한다. 그가 누구인지 설명을 하고, 어떻게 해서 그 길에 있었는지를 알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는 나, 피터의 친구인 작가 벤저민 삭스다. 나는 삭스를 만나게 된 데서부터 삭스와 그의 부인과 나의 만남, 그리고 그와 관계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삭스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자신과 주변 인물의 증언 그리고 삭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반듯한 소설가가 우연히 살인자로 거기서 더 나아가 미국의 곳곳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파괴하는 테러리스트로 변해야 했는지를 폴 오스터 특유의 문체로 담담하게 그리고 밀도 있게 서술해 나간다.
폴 오스터는 <뉴욕3부작>, <달의 궁전>, <빵 굽는 타자기> 등으로 알려진 작가다. 그의 작품은 꼭 다 읽겠다고 다짐한(?) 나는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가 소설 속에서 그려내는 어떤 것에 끌린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은 '작가'인 경우가 많다. <뉴욕 3부작>,<환상의 책>,<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도. 그리고 꼭 어떤 인물은 사라진다. 그리고 사라진 인물을 추적하는 인물이 또 있다. 배경은 뉴욕인 경우가 많고, 그의 작품에서 글쓰기는 매우 중요한 테마가 된다.

원제가 <리바이어던>인 <거대한 괴물>도 마찬가지로 비교적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잘 나가던 한 작가가 홀연히 사라진다. 물론 그가 사라지고 난 뒤, 그리고 그가 자유의 여신상을 파괴하는 행동을 하고 다니는 걸 알고 난 뒤 돌이켜 보면 그는 자유의 여신상과 계속되는 우연적인 연관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원인과 결과에 따른 잘 직조된 길을 걷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의 이 행동은 결정적인 어떤 이유에 의해 이루어지며 어떤 사건의 결정적인 원인은 우리가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서 그렇지 꼭 있을 것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사실 그것이 우리의 삶에 안정감을 주기는 한다. 매일 혹은 매번 우연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의 연속에 우리가 던져졌다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그렇게 필연적인 적이 사실 있는가? 폴 오스터는 우연한 일로 엮여진 관계와 사건들로 인간이 어떤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는지 그려내고 있다. 특히 거짓을 꾸며내는 작가이면서도 현실이 더욱 허무맹랑하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상상을 앞질러 간다. 우리가 허구로 꾸며내는 일들이 아무리 허무맹랑하더라도 현실세계가 끊임없이 토해내는 예측 불가능한 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가 <거대한 괴물>을 통해서 그려내고자 한 우리의 현실은 무엇일까?
원제 <리바이어던>이 말하고 있듯이 국가라는 거대한 창조물을 말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거대한 권력과 힘으로 우리를 다스리고 있는 것, 그것을 우리는 인식하고 있는지 묻는다. 이 거대한 권력에 이 소설 속 인물인 삭스는 자신이 우연히 죽인 인물인 디마지오처럼 작은 균열을 내려고 한다. 미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을 파괴하며 '깨어나라, 아메리카여!'를 외치는 것. 거대한 괴물에 맞서 혼자 게릴라전을 벌이듯 상징물을 파괴해 나가는 것, 그리고 이렇게 글로 그것을 알리는 것.
그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는 또다시 책으로 돌아온다. 그의 친구인 삭스가 쓰던 책의 제목이던 '거대한 괴물'이 삭스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이 책의 제목이 되어 폭사한 인물을 찾던 FBI의 손에 들어간다.

책이 어떻게 쓰이는지 누구도 말할 수 없다. 심지어는 그 책을 쓰고 있는 사람도 모른다. 책은 무지에서 태어난다. 책이 쓰인 다음에도 계속 생명력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이 책들이 이해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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