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지성을 탐험하다 김민웅의 인문정신 1
김민웅 지음 / 한길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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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한다. 인문학은 판매되는 책의 제목에서만 보이지 않고 내가 자주 이용하는 백화점과 마트의 문화센터 강좌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되었다. 인문학의 기초를 쌓아줍네 하는 책들, 그 많은 주제들을(철학, 역사, 문학, 심리학 등등) 단 한 권에 잘(?) 정리해서 그 한 권만 잘 읽으면 어디서든지 말발이 설 정도의 언사는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겨주는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 그런 저자들이 여기저기 방송에 나와 강의를 하고 다닌다.
심지어는 그 어렵다는 인문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법(?)을 가르쳐주는 책도 있으니, 인문학 열풍인지, 광풍인지 어지럽기만 하다. 이런 인문학에 대한 이해하기 힘든 사랑(?)은 인문학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이는 기업에까지 이른다.
기업의 입장에서 인문학은 실은 불편해야 할 학문이 아닐까?
인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그 근간이 '비판적 사고'일텐데,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이런 '비판'을 좋아할 데가 한 군데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인문학의 유행이 슬프기만 하다. 인문학을 토익같이 하나의 스펙처럼 여기는 학교와 기업, 혹은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말하며 이런저런 사상가와 역사적 사건을 입에 올리며 젠체하는 데 이용되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스럽다. 여기에는 물론 나 자신도 포함시켜야 한다. 하나의 멋으로 유행하고 있는 곧 소비되어 소진되어버릴 그런 상품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김민웅 교수는 이런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유행을 우려한다. 자칫 지적 유희로 흐를 수 있는 인문학은 '우리의 삶, 우리 사회와 만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과 시대가 근본적으로 봉착한 문제를 존재 전체의 위기감으로 성찰해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인류 문명사에 진전이 이루어질 때마다 발견되는 '모험적 탐색자'들의 생각, 활동, 그리고 그들의 책에 대한 안내서로 <시대와 정신을 탐하다>를 썼다.
그가 우리에게 안내한 '모험적 탐색자'들은 한나 아렌트, 프리드리히 엥겔스, 슬라보예 지젝, 브루스 커밍스 같은 외국의 사상가들뿐만 아니라 도정일, 윤구병, 함석헌, 최인훈, 조봉암, 박재동 등 우리나라의 사상가와 작자들도 있다. 어떤 이들은 그 인물을 또 어떤 이들은 그의 저서를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문화제국주의와 싸우는 철학자-슬라보예 지젝' 장에서 지젝의 책의 일부를 소개한 부분은 꼭 기억해두고 싶다

역사의 반복이라는 헤겔의 논리는 간략하게 말하자면 '반복을 통해 애초에는 우연이라고 보였던 일들이 마침내 진정한 실체를 갖는 현실이 된다. 로자 룩셈부르크에 있어서 미성숙한 시도의 실패는 종국적인 승리의 조건을 창출한다. 진정한 의미는 언제나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나기 마련 아닌가? 실패하면서, 그 실패는 보다 깊은 의미를 총체적으로 획득하게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조건이 성숙되지 못했다고 하면서 본질에서 후퇴하는 자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혁명의 열정을 과거의 흘러간 감상으로 모독하는 시대를 먼저 깨뜨리지 않고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없다. 그런 위축된 감정과 사유의 공간에 권력과 자본은 보이지 않는 지배자가 된다. 지배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말했듯이, "한낮에도 꿈을 꾸는 자들이다."

지금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내 문제로 느끼며 아파한 적이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세월호, 강정마을, 그리고 수요일의 집회 등등...
나는 그것들을 입에 올리기만 했지 나의 문제로 내 삶의 문제로 깊이 받아들이고 행동한 적이 없었다. 우리를 앞서간 '모험적 탐색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한낮에도 꿈꾸는 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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