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인간다운 죽음을 말하다 - 현대의학이 가로챈 행복하게 죽을 권리
브렌던 라일리 지음, 이선혜 옮김 / 시공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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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전 시아버지와 같았던 큰 시아주버님이 돌아가셨다. 폐암 말기 선언을 받으시고, 항암치료를 하고 계시던 중 6개월을 조금 더 사시고 결국은 세상을 떠나셨다. 그리고 그보다 1년 전 가장 친한 친구를 위암으로 잃었다. 그 친구는 40대 중반의 나이로 위암이 온몸에 퍼져버린 상태로 암을 발견했고, 2년의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떠난 두 사람 다 결국은 병원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큰 시아주버님은 병원을 떠나보지도 못하고 아니, 그렇게 가보고 싶어 하던 집에도 못 가보고 세상을 떠나야 했고, 내 친구는 집에서 투병생활을 하다가 필요에 따라 잠깐 입원을 하고 아니면 병원에서 진통제만 맞고 집에서 지내는 식으로 투병생활을 이어갔지만, 결국 세상을 뜨던 날 새벽은 병원 응급실에서 있어야 했다.

둘의 삶과 죽음을 비교하고 분석할 수는 없다. 어떤 것이 더 존엄하고 덜 존엄한지 우리는 판단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들이 올바른 치료를, 아니 적절한 치료를 받았는지 전문적인 식견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감히 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왜 우리는 모두 집이 아닌 곳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지,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죽을 권리는 없는 것인지, 또는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 그리고 연명치료로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과연 환자의 생명의 존엄성에 받쳐지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얼마 전 존엄사를 예고했던 미국의 20대 여성이 작년에 자신이 예고한 대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우리는 이 사건을 두고 스스로 죽을 권리와 생명의 존엄성, 안락사 등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그렇지만 만약 이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떠오른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흔히 '보라매 병원 사건'이라고 불리는 소생 가능성이 희박했던 환자를 경제적인 이유로 퇴원하기를 원했던 부인과 그것을 허용했던 부인이 검찰에 의해 살인 혐의로, 의사 3명이 살인죄의 공범으로 기소된 사건과 폐암 말기로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던 '김할머니'가 뇌손상으로 식물인간의 상태에 빠지자 가족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주장했지만 병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을 제기했던 '김할머니 사건'이다.  

이런 문제가 시장논리에서 비롯된 것일까? 의사소통의 문제일까? 아니면 불합리한 시스템의 문제일까? 자칫하면 의사들은 목숨을 잃을 상황에 빠진 환자에 대한 치료 중단으로 법적 처벌을 받으며 살인자로 내몰릴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는 동시에 자신의 죽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환자의 주장 사이에서 과연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문제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에 대해 <의사, 인간다운 죽음을 말하다>의 저자인 브렌던 라일리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마치 의학드라마 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독자는 마치 카메라의 눈이 되어 병원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대해 들여다보고, 때로는 환자가 되어 또 때로는 의사가 되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인간으로서 살면서 지켜야 할 아니 지키고 싶은 마지막 권리, 행복하게 죽을 권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 문제의 해답은 '환자 중심'이라는 단어에 있다고 생각한다. ​

"우리는 생명 연장과 생명 연장을 위해 감수해야 할 고통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인지 저마다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당신은 생명 연장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불편과 고통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가? 당신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얼마만큼의 수명을 희생할 용의가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는 옳은 답도 틀린 답도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답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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