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군인 - 가장 슬픈 이야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5
포드 매덕스 포드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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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슬픈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나우하임에서 애쉬버넘 부부와 9년이나 절친하게 지내왔다-아니,절친하다기보다 좋은 장갑이 손에 딱 맞듯이 그렇게 느슨하고 편하면서도 가깝게 지내왔다고나 할까. 아내와 나는 애쉬버넘 부부와 더할 수 없이 가까운 사이였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는 영국인들의 경우에만 가능한 일인데, 오늘날까지도 이 슬픈 사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수록 나는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이 문장은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이 작가는 이 책의 제목을 '가장 슬픈 이야기'라고 하려고 했다.위 문장에서 말한 것처럼 절친했던 두 커플의 길고 평온한 삶이 9년하고도 6주의 마지막 나흘 동안에 와장창 사라졌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애쉬버넘,그의 부인 레오노라, 그리고 화자의 아내 플로렌스와 화자인 다우얼.이들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들은 상식을 벗어난 것들이었고 아내와 애쉬버넘이 죽고 난 후 애쉬버넘의 아내 레오노라를 통해서 들은 아내와 애쉬버넘사이의 애정행각과 애쉬버넘의 바람이야기를 듣고서 다우얼은 '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아무것도,정말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고 외친다. 


 이 책의 제목이 가지고 있는 역설적인 표현처럼 애쉬버넘대령은 악한은 아니다. 단정해 보이고 뛰어난 관리이며 일급 군인이고 영국의 햄프셔에서 가장 훌륭한 지주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사람이다.그런 사람의 친한 친구로 지냈던 시간동안 아내와 애쉬버넘대령은 애정행각을 벌였고 다우얼은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었다. 다우얼은 평생 한번도 점잖지 못한 말을 꺼낸 적이 없고,불순한 생각을 해본 적도 없을 뿐 아니라,바람을 피운 적도 없다. 그런데 그 결과는? 혼란스러워한다.어떤 규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성도덕처럼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그렇게 모든 것이 모호하다면 사람사이의 관계나 인간 활동의 더 복잡한 문제에 대해 어떤 규율이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순간의 충동에 따라 행동하면 되는 것일까? 


 다우얼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이 책의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바람기 가득한 한 남자의 애정행각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여자인 나는 이 한 남자를 둘러싼 여인들의 행동과 생각에 관심이 많이 갔다. 그가 어떤 점이 매력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인인 레오노라,메이시, 클로렌스,양녀처럼 키우던 낸시 그 모든 여성들이 그의 매력에 넘어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고 넘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심지어 그처럼 바람기 가득한 애쉬버넘 대령조차도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 대신 다른 것을 얻게 되는 인생.모두가 원하는 낙원은 없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잘못된 행동과 고뇌로 방황하고 고통받으면서 낭만적이지 못한 삶을 살다 가는 것일까?


 낭만적이면서 약간의 광기를 가지고 있던 이들은 밀려나고 평범한 유형인 이들은 살아남아 있다. 이 소설이 작가의 자기변명인지(결혼하고 나서도 여러번의 애정행각을 벌였다.그리고 애쉬버넘대령과 같은 처지라면 다우얼도 그렇게 했을거라고 말하고 있으며 애쉬버넘을 사랑했고 그 자신이라고 하기도 한다.) 아니면 당시의 사회풍속을 말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도 섬세한 묘사와 흥미있는 이야기 전개에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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