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이슬로 몸과 마음을 씻고 - 조선의 귀양터 남해 유배지를 찾아서
박진욱 지음 / 알마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유배지하면 떠오르는 지역은 아무래도 다산 정약용이 있었던 전남 강진일 것이다. 다산은 강진에서 18년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많은 후학과 더 많은 저술을 남겼다. 지금도 다산초당을 찾는 관광객은 쉼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유배지의 대명사로 강진지역은 알려져 있다. 또다른 유배지라고 한다면 아마 제주도일 것이다. 추사 김정희가 있었던 곳으로 더욱 유명했던 유배지다.

  

  대학다닐 때도,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도 가끔 나는 강진의 다산초당을 찾아서 다산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멀리 포구를 내다보며 바람을 맞으며 앉아있곤 했다. 다산의 외로움,그 초연함을 느껴보고 싶어서도 그렇고 왠지 그런 분위기를 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며 세상 다 알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유배지로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남해! 그곳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작가는 많은 사료를 통해서 유배지를 발로 글로 눈으로 보여주고 있다. 류의양이 200년전 남해로 귀양 갔다가 남긴 기행문 <남해견문록>의 이정대로 발로 아니 자전거로 그길을 따라 걸으며 지나간 역사를 편안하고 쉬운 말로 풀어내고 있다. 남해 노량에서 왜군을 상대로 싸웠던 이순신장군의 이야기며, 3년을 남해의 노도에 유배당해 살면서 <사씨남정기>,<구운몽>,<서포만필>을 지었던 김만중의 이야기는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특히 서로 반대쪽의 길을 걸었던 류명현과 김만중이 모두 이곳에 와서 죽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는 헛헛한 웃음이 나오게 한다. 

 

 김만중의 형은 숙종의 장인인 김만기이며 정유독대로 유명한 이이명은 사위이다. 김만중은 서론의 대변인격이었고 정치와 권력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못한 사람이었음을 알고는 그의 저작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때 배웠던 그 김만중의 속살을 남해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 책을 들고 김만중의 책을 들고 남해를 찾아 거닐면서 역사와 정치와 인간에 대한 사색에 젖어보고 싶기도 하다.

 

 남해를 두번 얼핏(?) 가보았다. 밤에 갔다가 아침에 나온 적이 한번, 낮에 갔지만 회만 먹고 다시 나온적이 한번. 한번도 제대로 남해를 느껴보지 못했다. 남해의 도로를 차로 달리며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만 느끼며 언제 시간내서 다시 와야지 했다. 이제 이 책을 들고서 남해를 걸어보면 남해의 현재모습보다는 과거의 모습을 그리고 역사와 인생의 단편들을 보게될 듯하다. 

 

 여행이 때로는 식도락을 위한 것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역사의 뒤안길을 따라걷는 답사여행도 좋겠다. 남과는 다른 색다른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고 더 기억에 남는 나만의 여행을 만들수도 있겠다. 이런 책들이 앞으로 더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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