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를 쏘다 - 안티기자 한상균의 사진놀이
한상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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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그리고 작가가 사진기자임을 알고 언뜻 스쳐가는 생각은 종군기자였는데 전쟁의 현장에서 고릴라를 쏘는 어떤 장면을 촬영했었나보다하는 상상이었다. 그런데 왠걸 제목은 전혀 나의 상상과는 다른 말이었다.

 사진잡지에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연재했던 내용을 책으로 묶어냈다는 이 책의 제목은 다소 낯선 이유로 <고릴라를 쏘다>로 지어졌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의 저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 나오는 한 실험에서 패스의 횟수에 집중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고릴라의상을 입은 학생이 무대중앙에 걸어와 고릴라 특유의 동작인 가슴치기를 하고 사라지는 걸 보지 못한다는 것에서 이 제목은 기인한다. 다시 동영상을 보여줬을 때 사람들은 놀라고 주의력 착각,자신감 착각,원인 착각등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사진을 찍는 것은 사격과 매우 닮아서 사진기자로서 이런 고릴라를 쏜다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사진작가인 저자가 들려주는 사진이야기는 놀이처럼 재미있었다. 얼마전 사진에 대한 초보적인 책을 읽은터라 더욱 관심있게 보게 된 사진이야기는 기술에서 스토리를 가진 보다 따스한 대상으로 접어들었다. 

 사진은 그냥 있는 것을 찍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시선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에 가깝다. 사진은 그래서 숨바꼭질이다. 대상을 관찰하고 그렇게 관찰하다보면 예측이 가능해진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순간을 만나게 된다. 사진의 매력중의 하나가 바로 우연을 필연처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사진에 대한 철학과 그 이전 사진에 친해지기 위해 아들에게 해주었던 방법도 소개한다. 사진은 재미있어야 한다. 제일 쉬운 오토에 놓고 마구 눌러보다보면 좋은 사진을 만나게 된다. 

"뭘 찍지?"하는 고민은 주부들이 하는 "뭘해먹지?"하는 고민만큼 걱정에 가깝다. 그렇지만 휴대하기 좋은 사진기를 가지고 (요즘 많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카메라도 좋을 듯 하다) 매 순간 만나는 장면이라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다 보면 전혀 낯선 장면을 만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이런 충고들로 가득 찬 이 책은 사진이 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찍은 사진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나 모든 사진이 아름다울 수 있다로 생각의 전환을 이루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사진의 아름다움에서 이 작가가 보여주는 사진들은 벗어나 있었지만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음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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