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초코빙수 - 지금여기 제철감각으로 살아가기
임애련 지음 / 이야기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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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맛있는 책! 🍧 [#도서협찬]

 

 

 

 

 

📚 여름엔 초코빙수

 

임애련

 

이야기나무

 

 

 

 

 

책이 엄청 이쁘네!

 

 

테이블에 놓여있는 여름엔 초코빙수를 본 남편이 말합니다. 😉

 

누가 봐도 이 여름과 어울리는 쨍한 색감의 빨강과 민트의 조화가 이 책을 예쁘다고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

 

 

 

 

 

제철의 아름다움과 생생한 색감이 좋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일상과 주변이 감격의 원천이라며, ‘제철을 살고 하루가 즐거우면 그만한 게 없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

 

 

 

 

 

제철을 산다... 아마 제철에 즐길 수 있는 음식, 자연을 즐기라는 뜻만은 아닐 겁니다. 🍉 지금이 아니면 챙길 수 없는 사람들(나이 들어 가시는 부모님이나), 지금 소홀하면 놓치게 될 관계들(훌쩍 커버릴 아이들, 친구들일지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지금 내 마음이 원하는 무언가일 수도 있고요.

 

 

 

 

 

철이 지나버린 꽃은 시들어 떨어져 버리고, 과일은 그 특유의 단맛과 풍미를 잃고 싱거워지죠.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너무 미루다 보면, 정작 여건이 될 때는 열정이 유효기한을 다해버릴 수도 있고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얼마나 제철을 살고 있나 생각해 봅니다.

 

돌아보니 제게도 유효기한을 꽉 채워 누리지 못해 가슴 한구석이 쓰린, 아쉬운 제철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의 가장 예쁜 시절이었습니다. 👣

 

 

 

첫째를 키울 때, 육체적으로 너무 힘이 들었어요. 😪

 

 

 

등센서 부착에 토센서까지 장착한 아이, 거기다 10개월부터 시작된 아토피와의 전쟁. 😰 낮잠도 짧게, 밤잠도 2시간마다 깨던 아이를 돌보며 여유라곤 없이 좀비처럼 시간을 보냈었는데요. 🧟‍♀️

 

 

 

 

 

 

지금 그맘때 아가들을 보면 미치게 귀여운 걸 보며 문득 깨닫습니다. 당시는 너무 지쳐있어서 아이가 얼마나 미치게 귀여운지 온전히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당연히 사랑하고 당연히 이쁘지만, 그 예쁜 시기를 마음껏 풍성하게 누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있습니다. 😢

 

 

 

 

 

그래서 지금은 최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 바빠도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소한의 시간이라도 기꺼이 내어주려고요. 🥰

 

아이랑 침대에 누워서 잠시 노닥거리는 것. 🛌

 

함께 발맞추어 산책하는 것. 👣

 

마주 앉아 보드게임을 하거나 요리를 하는 것. 🍳

 

고맙게도 아직은 수다스러운 아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 🗣️✨

 

 

 

 

 

이 모든 소소한 일상들이야말로 제가 지금 이 순간 붙잡아야 할 올해 여름의 제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행복들을 놓치지 말라는 다정한 충고같습니다. 💌

 

 

 

 

 

 

 

 

 

 

여러분은 지금, 당신만의 제철을 잘 살고 계시나요?

 

 

 

 

 

 

 

#이야기나무 @yiyaginamu_ 에서 지원받아

 

#주간심송 @jugansimsong 에서 함께 읽고 필사합니다. 📝

 

 

 

#여름엔초코빙수 #임애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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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 고리 모노스토리 7
김연우 지음 / 이스트엔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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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금 욕망은 무엇인가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는 것조차 욕망이라면, 결국 삶은 욕망의 고리를 회전하는 걸까요? #도서협찬

 

 

80페이지 짧은 글 속에 탄탄하게 연결된 세 개의 K, 그리고 그 “K의 고리에 이르는 과정을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징을 살려 촘촘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K의 정체를 추측해보며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기에 그 정체를 밝히지 않고 리뷰를 쓰려고 합니다.

 

 

첫 번째 K는 명확하게 김철수라는 인물임을 알 수 있는데요.(바로 말하다니! ㅋㅋㅋ)

 

“K는 살면서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높은 곳을 찾았다.” _p14

 

우연히 빠져들게 된 코인 투자로 2억을 날린 K가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그의 눈앞에 나타난 두 번째 K!

 

 

 

언제나 선을 넘는 법이 없었던(p24) 김철수 K였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그 선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절박함은 사람의 이성을 흔들어 놓곤 하죠.

 

 

 

두 번째 K는 사람이 아닌데요.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K에게 인간의 가치 기준이란 찰나 속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욕망의 고리에 불과했다. 철수와 윤수,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저들도 그저 욕망이라는 동일한 원소로 빚어진 유기물일 뿐이듯이.” _p32

 

철수가 학창시절 그의 보호막이 되어주었던 윤수는 현재에 사채업자로서 철수를 또다시 보호(?)하게 됩니다. 두 번째 K로 인해 김철수와 오영재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됩니다.

 

 

 

아니죠. 두 번째 K에게 다 뒤집어씌우기엔 세 번째 K의 만행이 너무 악랄한 것도 같습니다.

 

대마초보다는 몽환적이고 코카인보다는 신사적이며 엑스터시보다는 매정하지만, 펜타닐보다는 자비로운 00. K는 자신을 그렇게 정의했다.” _p42

 

 

그리고 마지막 장 에서 이 세 개의 K는 얽히고설켜 욕망의 고리에 묶이게 됩니다.

세 개의 K의 정체, 눈치 채셨나요?

궁금하시면 책에서 확인해 보시길! 후훗

 

 

작가 인터뷰가 짧게(너무 길면 지쳐요ㅋㅋ) 실린 책을 좋아합니다. 작품을 꼭 작가의 의도대로 해석하고 읽을 필요야 없지만,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글을 썼는지 알고 싶어서요. 작가 인터뷰에서 철학적 사유를 많이 하는 분이란 점과 소설은 재미있을 것. 재미만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글을 쓰신다는 점에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꼈답니다.

 

 

 

K는 알았다. 상승은 영원할 수 없다는 진리를. _p55

 

 

인간은 이 진리를 알면서도 욕망에 사로잡혀 어리석은 결정을 하게 되는데요. 평범했던 김철수의 삶이 욕망의 고리 속에 걸려든 시작을 되짚어 보면 타인의 욕망이 내게, 내 욕망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내 욕망을 다스리고 점검하는 것은 나 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한 의무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욕망 테스트 한 번 갈까요?

 

인생의 바닥 어딘가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누군가 하얀 가루 한 팩과 탐스럽게 빛나는 골드바를 눈앞에 들이밀며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누군가의 인생을 망가뜨리고(하지만 당장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겠죠) 골드바를 취할 것인가?

양심을 지키고 골드바를 놓칠 것인가?

 

 

 

#도서협찬

#모노스토리

#K의고리

#이스트엔드 @eastend_jueol

#주간심송서평단 @jugansimsong

 

 

 

 

이스트엔드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간심송에서 함께 읽고 리뷰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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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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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오팬하우스

 

 

우리 아파트는 작은 산을 등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단지 내에서 꽤 많은 동물을 볼 수 있다. 가끔 새벽에는 너구리와 마주치기도 하고, 참새, 까치, 비둘기, 물까치 등 꽤 다양한 새들도 자주 찾아온다. 가끔은 까마귀나 딱따구리, 이름 모를 새가 날아들기도 한다.

 

하루는 까치와 물까치가 누구 목소리가 더 큰지 겨루듯 깩깩대며 다투는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 사람이나 새나 싸우는 소리는 유난히 시끄럽게 들리기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내심 '도대체 뭐 때문에 저리 치열하게 다투나' 궁금했는데, 만약 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저자 스즈키 도시타카는 어릴 적부터 자연과 생물을 탐구하는 데 열정적이었다. 그는 학자가 되면 평생 좋아하는 동물을 관찰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연구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린 나이에 이토록 하고 싶은 일이 확고하게 생긴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 아닐까. 그리고 그 열정이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것 역시도.

 

 

 

저자는 대학교 3학년 시절, 나가노현의 가루이자와를 방문해 일주일 동안 탐조하며 박새의 울음소리가 '치지지지', '삐삐삐', '쯔비ㅡ', '삐삣', '칫칫' 등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쩌면 이 울음소리마다 각기 다른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 새의 언어를 연구하게 된 시작이었다.

 

 

식량 사정이 혹독한 겨울, 사람들이 뿌려놓은 해바라기씨를 발견한 북방쇠박새가 다른 박새와 곤줄박이, 동고비 친구들을 불러 함께 먹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동물에게 '사람보다 낫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다. 나 같으면 그저 감동하는 데서 그쳤을 텐데, 저자는 그 행동 뒤에 숨은 진짜 의미를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석 달 동안 박새에 대한 데이터를 모은 끝에, 저자는 박새들이 귀한 먹이를 굳이 친구들과 나눠 먹는 이유가 천적인 맹금류를 함께 경계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가 많을수록 방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스즈키 박사가 대학 시절 스승이자 알바트로스를 멸종 위기에서 구한 조류학자 히로시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좋아하는 일을 함께 나누며 토론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게 참 멋지고 부러워 보였다. 우리가 책친구들과 독서모임을 할 때 느끼는 충족감, 그 이상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렇듯 사랑스러운 순간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스즈키 박사가 힘들게 설치해 둔 새집에 박새가 구경을 와서 기웃거리는 모습, 우연히 낡은 시멘트 담 구멍에서 새끼를 키우는 박새를 보며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설레는 마음으로 새집을 하나하나 열어보는 모습, 심지어 스즈키 박사의 부모님이 고향 집에 찾아온 박새 새끼를 지키려고 직접 박새 소리를 내며 고양이를 쫓아내는 장면까지.

 

 

거기다 대상을 자세히 살피고 탐구하는 열정,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새집을 만드는 정성, 그리고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끈기를 잃지 않는 유쾌한 성격은 이 책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포인트다.

 

 

 

저자는 박새가 단순히 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어휘를 사용하고, 문장을 만들며, 간단한 문법까지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냈다. 이로써 '동물 언어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공로로 영국 동물행동연구협회에서 가장 영예로운 국제상까지 거머쥐었다. 그의 열정과 의지가 진심으로 눈이 부셨다.

 

 

이 책을 덮고 오늘, 설레는 마음으로 아파트 뒷산에 올랐다. 눈을 크게 뜨고 숲을 두리번거리며, 귀를 쫑긋 세우고 새들이 말을 걸어주길 기대했다. 마침 까치와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푸덕거리며 소리를 내고 있길래 열심히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아쉽게도 책에서 배운 박새의 정교한 언어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나에게 무용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치던 새들의 날갯짓에 눈길을 주고, 그들의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만든 것. 우리가 자연과 야생 동물의 삶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궁금해하도록 그 다정한 관심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이미 나에게 충분히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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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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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읽은 분들이 입을 모아 극찬한 책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고 첫 장을 펼쳤는데... 첫 장부터 재밌고 난리다.

 

 

차를 내리고 만트라를 중얼거린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다그러나 입술 사이로 되뇌는 말은 어쩐지 공허하다. 나는 시간을 속일 수도, 나 자신을 속일 수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나이 든 순간이며, 앞으로 더 늙어갈 일만 남았다._p15

 

 

아마도 이 노인은 T일 거다. ㅋㅋㅋ

 

 

가끔 몸이 버티는 건 오직 가느다란 기억 다발과 희망이라는 힘줄 덕분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음이란 먼지가 수북이 내려앉은 박물관이다._p16

 

 

이런 그도 풋풋한 소년의 때가 있었고, 기억을 통해 다시 소년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년이 어렸을 때 시작된 전쟁은 소년이 청년이 되었을 때 끝이 났다. 전쟁은 청년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았기에 그는 자유로웠고 배가 고팠다. 그래서 그는 탐험하고 싶은 욕구대로(어쩌면 억울하게 죽어간 또래들을 대신해서라도) 삶을 탐닉할 의무가 있었다.

 

 

도시와 바다 사이, 부드럽게 물결치는 들판에 자리 잡은 시골 탄광 마을의 경계를 넘어 저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훨씬 더 많이 경험하고 싶었다. 나는 깜짝 놀라고 싶었다._p24

 

 

열여섯의 로버트는 탄광 마을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광부가 아닌 삶은 상상하기 힘든 환경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노동을 시작하는 암울한 미래가 닥치기 전에다른 세상을 한 번이라도 보아야겠다는 의지로 무작정 떠났다.

 

 

그리고 드디어 키도, 생각도, 배포도 다 큰 여성 덜시를 만난다. 어떤 편견도 없이 탄광촌 방랑 소년에게 차와 식사를 대접하는 덜시를 경이롭게 바라보다 나 같으면 그럴 수 있었을지 자문해 본다. 나는 분명 편견을 완전히 놓지 못한 채 그를 조금 경계하며 차를 대접했을 거다.

 

 

낭만이란 게 꼭 사랑의 하트나 붉은 장미인 건 아니거든. 낭만이란 감정 그 자체고 자유란다. 모험과 자연과 방랑벽이 바로 낭만이지. 바다의 소리와 방수포를 때리는 빗소리, 풀밭 위를 가르는 대머리독수리,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하루가 어떤 날이 될지 궁금해하며 발견하러 나서는 것. 바로 그게 낭만이란다._p139

 

 

얻어먹은 밥값을 하려고 시작한 잡초 제거는 생각보다 길어졌고, 잡초더미와 하나가 되어가고 있던 낡은 오두막을 손보는 일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 동안 로버트는 변해갔다. 덜시의 맛과 영양 만점 음식과 문학과의 첫만남, 수영, 적당한 노동, 그리고 강렬한 햇살로 인해 변해가는 로버트의 몸과 마음을 보는 일은 은근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책 속의 모든 문장이 시적이고 아름답다. 은유와 재치 있는 유머를 품고 있으면서도 다정한데, 어딘가 우울한 구석이 없지 않은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 독자로서 행복감에 젖기 충분하지만, 단 한 가지 동의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다.

 

 

자살만큼 스스로를 세상에 드러내는 행위도 없잖니. 자살이란 고문받는 이의 차디찬 내면의 진실을 최종적으로 완전히 내보이는 일이야. 가장 웅장한 몸짓이지. 영원한 종결.” _p288

 

나는 누군가 이 문장으로 인해 자칫 자살을 웅장하고 고결한 고통에서의 해방으로 여기게 되진 않을지 노파심이 일었다. 아무리 힘든 삶이어도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삶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감히 살아내 달라 부탁하고 싶다. 그게 누구든.

 

 

덜시가 로버트에게 대학에 가길 권하면서 하는 말들은 이 책을 통틀어 나를 가장 울컥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환경적 제약을 몸으로 학습해버린, 오래 매여있던 짐승처럼 그 우리 안을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청춘들이 얼마나 많을까? 모두에게 덜시 같은 어른이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고 모두가 로버트처럼 운이 좋을 리 없지만, 그래도 나는 이 정도 사람이야, 내가 어떻게 저렇게 될 수 있겠어?”라고 스스로 자기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일에 열심을 낼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는 다정한 어른 같다.

 

 

훗날 늙고 나이 든 로버트는 말했다.

나는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을 살았고, 지금도 그렇다.”

나도 내 인생을 마무리할 때쯤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더 치열하게 해야겠다.

 

 

#수평선너머

#다산북스 @dasanbooks

 

#이키다서평단 @ekida_library

#소설추천#책리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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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있었던 곳
정찬 지음 / 말하는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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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도서협찬]

 

 

그들이 있었던 곳| 정찬 장편소설 | 말하는 나무

 

 

북동 180번지 큰길. 시민과 학생을 향해 시작된 무차별적이고 잔인한 폭력들은 너무 구체적이라 소설로 읽히지 않는다. 공수대원들을 피해 숨어든 학생을 장롱에 숨겨준 할머니의 머리를 가격하고, 양복점에 숨어든 학생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더니 뜨거운 다리미로 머리와 얼굴을 마구 친 후 도로에 팽개치는 잔악한 만행들. 머리를 가격하고, 반항하면 대검으로 찌르는 이 장면들은 영화나 소설이 아니라 19805월 광주의 현실이었다. 그 무서운 총검 앞에서도 시위는 꺼질 듯하다 다시 살아나는 불꽃처럼 게릴라식으로 이어졌다. 자정이 지나도록 공수대원들은 시위대 색출로 혈안이 되어 돌아다녔고, 이날 공수부대의 작전 명령은 화려한 휴가였다고 한다.

 

 

정찬의 장편소설 그들이 있었던 곳5·18 민주화운동의 모든 것을 시간순으로, 또 다양한 관점별로 잘 포착하고 있다는 게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소설은 197910·26 박정희 시해 사건 이후 강도 높은 폭동 진압 훈련으로 피로에 지쳐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학생 시위대'에 대한 분노를 키워간 계엄군 병사들의 시선부터,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도예섭 신부, 운전기사들의 항쟁, 그리고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까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싸움이 너무 빨리 끝났다고 아쉬워하는 병사들이 적잖았다. 그들의 폭력은 허락된 카니발로, 오랫동안 훈련의 고통을 견뎌온 그들로서는 마땅히 받아야 할 보상이었다." (p.38)

 

 

전쟁터와 다름없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대열에서 이탈한 계엄군 강선우와 피범벅이 된 시민군 박태민이 맞닥뜨린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어째서인지 박태민의 눈에는 강선우에 대한 경멸이 없다. 여긴 위험하니 돌아가라 속삭이는 그의 말을 강선우는 어쩐지 거역할 수 없다. 국가의 명령에 떠밀려, 혹은 '폭도'라는 프레임에 눈이 멀어 분노에 휩싸였던 병사들 역시 한걸음 물러서서 전체적인 맥락을 바라본다면 결국 또 다른 피해자의 자리에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소설은 광주가 완전히 외딴섬이 되어가는 과정과 함께, 언론을 통제하고 거짓 뉴스를 퍼 나르게 한 신군부의 유도대로 시민군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신경전과 분열까지 확대해서 들여다본다. 총을 반납해야 한다는 대학생 중심의 수습위원회와 이에 반대하는 항쟁파의 대립 속에서 시민군 박태민은 이렇게 말한다.

 

 

"계엄군이 들이닥친 오월 십팔일부터 해방광주가 이룩된 이십일일까지 우리는 이상한 세계에 있었습니다. 이상하다는 것은, 계엄군과 광주 시민 어느 한쪽은 반드시 짐승이 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 계엄군이 인간이었다면 우리는 짐승이었습니다. 계엄군 역시 우리처럼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인간이 되기 위해 광주 시민들을 악착같이 짐승으로 생각하려 했겠지요." (p.168)

 

 

박태민은 무기를 반납하는 것이 피 흘리며 죽어간 광주 시민들을 짐승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등불을 스스로 끄는 일이라고 외친다. 예전 같았으면 이 말이 조금 과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끝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죽어버린 미래의 전두환을 본 나로서는 박태민의 말이 옳다는 쪽으로 기운다. 저 때 모두 무장 해제하고 투항했다면 5·18은 북한을 배경으로 한 폭도들의 만행으로 역사 속에 영영 묻혔을지도 모른다. 다만, 민주주의를 총과 칼로 이루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의문은 묵직하게 남는다. 도시가 고립되고 생필품이 부족한 속에서도 경탄스러울 정도로 훌륭했던 광주 시민의 인내와 질서 의식은 여러 번 강조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다.

 

 

우리는 흔히 5·18 하면 그저 광장과 도청만 떠올리지만, 책을 통해 광주 시내 곳곳에서 벌어진 총격전과 작은 전투들을 마주하며 그 시대의 악몽이 생각보다 더 끔찍했음을 실감한다. 526일 밤 10,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기꺼이 생명을 바치겠다는 분만 남으라"는 방송이 흐르고 전차와 헬기를 앞세운 엄청난 규모의 계엄군 병력이 광주를 향해 죄어온다.

 

 

전두환의 신군부는 계엄이란 상황을 이용해 군 장악을 꾀하고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살인했다. 우리는 이미 역사 속에서 계엄의 어두운 면을 배웠다. 그럼에도 어째서 우리는 지난 12·3 계엄에 대해 이토록 가볍게 생각하고 쉽게 잊을 수 있는 것일까? 12·3 계엄 이후 첫 선거의 결과는 내가 아는 상식을 의심하게 만든다. 12·3의 밤에 시민들의 평화 시위가 없었다면, 끝까지 민주주의를 지키려던 의원들이 없었다면, 군의 명령이라고 무조건 따르지 않고 소극적이었던 군인들이 없었다면 1980년 광주는 서울에 그대로 재현되었을 텐데 말이다.

 

 

지난 역사를 잊지 않고 되돌아보고 자꾸 논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깨어있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짐승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반복된다는 말은 진부한 경구가 아니라, 지금 우리 코앞에 닥친 현실의 경고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과연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질문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있는가. 굳어버린 마음을 깨우는 묵직한 질문 앞에 길게 여운이 남는다.

 

 

 

#헤세드서평단 & #말하는나무 감사합니다.

@hyejin_bookangel

@the_sapienttree

 

#그들이있었던곳#정찬#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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