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 - 사소한 고민부터 밤잠 못 이루는 진지한 고뇌까지
알렉산더 조지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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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일평생 사는 동안 수없이 많은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아이일 때는 ‘엄마가 과자 먹지 말랬는데 맛있어 보여. 먹을까, 말까?‘ ‘숙제 아직 안했는데 나가 놀고 싶어. 무엇을 먼저 할까?‘ 같은 단순하고 원초적인 욕구에 관한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성장기를 거치며 질문의 깊이와 범위도 확장된다. 개인 차원을 넘어서 전인류적 과제나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물음까지… 30만 년 전부터 이 땅에 살았다는 호모 사피엔스가 현생 인류로서 지금껏 발전을 거듭한 것은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능력 덕분이었을 게다.

<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은 ‘철학의 성격을 띤 긴급한 문제들로 고민들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질문을 올리면, ‘철학의 역사를 배우고 철학적 능력을 훈련받은 사람들‘이 답해주는 웹사이트인 애스크필로소퍼즈(www.askphilosophers.org)를 기초로 출간된 책이다. 개인적인 딜레마부터 국가와 도덕, 정치에 관한 물음까지 평소 관심을 갖거나 궁금했던 질문들이 목차를 가득 채우고 있다.

어떤 질문은 오래전 이미 어느 철학자가 해답을 제시해 놓은 것도 있고, 지금도 첨예하게 논쟁 중인 사안도 있다. 편저자인 알렉산더 조지 교수는 머릿말에서 ‘삶에 질문을 던진다는 일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질문을 던지지 않고, 도덕적 의무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고자 애쓰지 않으며,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내려는 노력을 포기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세상은 야만성으로 뒤덮이고 말 것이다.˝

이 책에 나온 질문들에 대한 답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각기 다를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합의된 바가 있을 뿐이지,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을 품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포기한다면, 우리 자신의 운명을 소수의 야만적인 리더에게 내맡기는 꼴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드는 아쉬움은 한 가지 질문에 여러 사람이 답하다 보니 답변의 기준이 때로는 다소 모호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행동에 대한 논거를 도덕/윤리에서 찾을 때도 있고, 효율성/합리성에 기댈 때도 있으며, 현실적으로 그 사이 어딘가에서 절충점을 찾을 때도 있다. 책에서 대부분은 윤리적 측면에서 답을 할 때가 많긴 하지만, 독자 스스로도 어디에 초점을 두고 읽을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질문과 답변들이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질문들은 혐오발언이나 동성애, 낙태, 양심적 병역거부, 정부의 역할 등에 관한 찬반 논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에도 유효한 것들이 많았다.

요즘 인터넷 댓글을 통해 폭력과 혐오, 편견에 가득찬 말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대립이 뚜렷한 사안일수록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절실한 때인 것 같다. 또한 철학자들의 답변을 통해 관용이야말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유일한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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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철학 케니의 서양철학사 4
앤서니 케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서광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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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스터디 모임을 통해 여섯 달 동안 읽은 책이다. 지은이 앤서니 케니는 영국 학술원 원장과 옥스퍼드 대 부학장을 지낸 학자이고 저술가인데 이 책을 포함해 4권의 서양철학사를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은 마지막에 해당하는 것으로 19~20세기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을 다룬다.

철학 초심자로서 전반적인 철학사를 다뤄주는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이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은 ‘철알못‘인 내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웠다. 좀 더 쉬운 입문서를 읽고 나서야 깊은 이해가 가능할 것 같다. 다행히 같이 읽는 멤버들이 있어 함께 머리를 싸매고 개념을 이해하려고 애써 보기도 하고, 누군가 쉽게 설명해 주기도 했다.

책이 난해하게 쓰였다거나 번역이 이상한 것 같다는 불평을 하는 멤버도 있었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쓸 때 대학 2, 3학년 수준의 독자를 염두에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철학적 기법이나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그러나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심오한 까닭에 아무리 노력해도 술술 읽히는 철학책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는 변 또한 남겨 두었다. 나 역시 철학 자체가 어려운 것이지 못 쓴 책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논리학, 인식론, 형이상학 같은 파트는 너무 어려웠고 그나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윤리학, 미학, 정치철학 쪽이었다. 특히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나 자유주의 같은 것은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도 배운 것 같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적용하기도 하는 원칙이지만 그 안에도 세세한 이론과 반론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교육 제도와 사회화를 통해 너무나 당연시했던 것들도 한번쯤 의심하고 되물어야 한다는 것,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과정 또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등등.

다음에는 아주 쉬운 입문서 한 권과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어야겠다.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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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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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일을 하는 서른 언저리의 여성 작가가 쓴 에세이집. 책 제목에 들어 있는 ‘동물’ ‘섹스’ ‘우울’이라는 단어들이 책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키워드인 것 같다.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는 사회학적이고 인류학적인 고찰을 하는 책인가 잠깐 오해하기도 했지만, 그런 큰 차원의 담론보다는 아주 사적이고 시시콜콜하며 내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5년간 블로그와 SNS에 올린 글들을 엮었다고 하는데 누군가의 일기 또는 편지를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뭐 이런 얘기까지’ 라는 생각도 들지만 작가가 개인적인 치유(혹은 살풀이?)의 일환으로 적어내려간 글들이라고 하니, 깊은 속내와 개인사까지 드러내야만 했던 이유를 알 법하다.


서평 중 이런 말들이 눈에 띄었고 공감했다.

“발가벗은 솔직한 글들이 마음에 자꾸만 남는다”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떠다니던 감정을 문장으로 이렇게 옮겼구나”


허무와 우울감이 지배하는 시대를 모두 각자의 방식과 이유를 갖고 살아간다. 어떻게 살아야 훗날 잘 살았다고 자평할 수 있을까. 작가는 20대가 여러 사람과 만나고 얽힌 페스티벌 같았다며 30대에는 혼자 곧게 서는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어떤 40대를 보내고 싶은지 자문해 보았다. (20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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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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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이후 두 번째로 읽은 정세랑의 소설이다. 안은영이라는 보건교사를 중심으로 M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렸다.

주인공 은영은 툭하면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거나 팔을 휘적거리며 걷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한다. 남들이 보기엔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은영은 영능력자다. 귀신이나 유령을 볼 수 있으며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뭔가 멋들어진 퇴마술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고,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 칼을 무심하게 휘두르거나 비비탄 총으로 유령을 쏘아 맞히는 식이다(어이없게도 그게 위력을 발휘한다).

같은 학교 한문 교사인 홍인표는 학교 창업자의 손자다. 오토바이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은영은 인표에게서 그의 할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인 강력한 보호 에너지를 느끼고 인표를 에너지원 삼아 M고에 출몰하는 마물들로부터 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 에너지를 전달 받기 위해서는 손을 잡는 등 신체적 접촉을 해야만 한다.

아, 이거 너무 막 나가는 상상력 아닌가.
작가는 순전히 자기 자신이 즐겁기 위해 쓴 소설이라고 한다. 어쩐지 신나서 키보드를 두들기며 킥킥대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보였다. 일본 만화 <고스트 스위퍼>나 <지옥선생 누베> 같은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웹툰이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런 소재를 놓치지 않는 넷플릭스가 일찌감치 드라마화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소설 후반부에는 흥미 위주로 전개되는 듯하던 에피소드들 속에서 현 사회의 병폐들이 툭툭 불거져 오른다. 검인정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교장이 정치색을 앞세우는 일이라든지, 학내 동성애 커플에게 가해지는 무자비한 린치와 불합리한 조치들 등등. 누구나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학교라는 공간은 사회의 축소판 답게 부조리한 일들을 참 많이도 보여주고 겪게 한다. 시간이 지나며 점차 나아지고 있겠지만 또 여전한 것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지박령처럼 붙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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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무튼, 서재 아무튼 시리즈 2
김윤관 지음 / 제철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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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 중 초기에 나온 책이다. 표지에는 목수로 보이는 한 인물이 목재 책상을 손으로 쓰다듬는 모습이 실려 있다. 글쓴이의 직업은 목수다. 작업을 하는 이외의 시간은 대부분 서재에서 보낸다. 서재라면 응당 책을 읽는 공간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는 텔레비전을 책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서재에서 술을 마시며 영화나 TV 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이외에도 <아무튼, 서재>에는 고정관념을 벗어난 신선한 주장이 몇 가지 등장한다. ‘애서가라면 책에 집중할 뿐 책장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는 것을 한탄하며 책에 담긴 내용만큼 형식 또한 중요하다고 강변한다. 또한 가벼운 독서를 경시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독서라는 행위에 지나친 진중함을 부여하기보단, 하루의 중간에 가볍게 마시는 아이스 카페모카처럼 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저 위대한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시킨 것도 루소의 <사회계약론> 같은 계몽서적이 아니라 포르노그래피, 공상물, 값싼 대중 소설 같은 책이었다는 것이다. 책 자체가 신화화되는 것에 약간의 반감을 갖고 있는 내겐 통쾌한 지적이기도 했다.

책의 전반부는 ‘목수’라는 저자의 직업에 걸맞게 서재를 구성하는 가구의 쓰임새와 중요도, 좋은 가구의 기준 등을 이야기한다. 후반부는 저자의 또다른 정체성인 ‘애서가’로 돌아가 책과 도서관, 서재에 대해 여러 책들과 작가들을 인용하여 말한다. 저자의 풍부한 식견과 깊은 통찰에 놀랐던 부분이다. 책을 보존하고, 읽고, 사색하고, 쓰는 공간-으로만 막연히 생각했던 서재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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