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이후 두 번째로 읽은 정세랑의 소설이다. 안은영이라는 보건교사를 중심으로 M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렸다.주인공 은영은 툭하면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거나 팔을 휘적거리며 걷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한다. 남들이 보기엔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은영은 영능력자다. 귀신이나 유령을 볼 수 있으며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뭔가 멋들어진 퇴마술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고,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 칼을 무심하게 휘두르거나 비비탄 총으로 유령을 쏘아 맞히는 식이다(어이없게도 그게 위력을 발휘한다).같은 학교 한문 교사인 홍인표는 학교 창업자의 손자다. 오토바이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은영은 인표에게서 그의 할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인 강력한 보호 에너지를 느끼고 인표를 에너지원 삼아 M고에 출몰하는 마물들로부터 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 에너지를 전달 받기 위해서는 손을 잡는 등 신체적 접촉을 해야만 한다.아, 이거 너무 막 나가는 상상력 아닌가. 작가는 순전히 자기 자신이 즐겁기 위해 쓴 소설이라고 한다. 어쩐지 신나서 키보드를 두들기며 킥킥대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보였다. 일본 만화 <고스트 스위퍼>나 <지옥선생 누베> 같은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웹툰이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런 소재를 놓치지 않는 넷플릭스가 일찌감치 드라마화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소설 후반부에는 흥미 위주로 전개되는 듯하던 에피소드들 속에서 현 사회의 병폐들이 툭툭 불거져 오른다. 검인정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교장이 정치색을 앞세우는 일이라든지, 학내 동성애 커플에게 가해지는 무자비한 린치와 불합리한 조치들 등등. 누구나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학교라는 공간은 사회의 축소판 답게 부조리한 일들을 참 많이도 보여주고 겪게 한다. 시간이 지나며 점차 나아지고 있겠지만 또 여전한 것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지박령처럼 붙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9/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