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포노 사피엔스 -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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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애플의 아이폰이 첫 선을 보인 지도 만 10년이 되었다. 한국에서의 스마트폰 붐은 뒤늦게 시작되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얼마나 변화시켰는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세대는 어떤 사고를 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런 점들에 주목하며 기대감을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우선 저자는 포노 사피엔스를 ‘정보 선택권을 쥔 인류‘ 라고 정의한다. 매스 미디어를 위시한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정보가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스스로 선택한 정보만을 소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언론은 과거와 같은 절대적 권력을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되었노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정보 전달 체계와 권력의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인해 구성원들의 생각이 변화되었고, 새로운 사회, 새로운 도덕, 새로운 상식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이나 젠더 간 갈등이 대표적 현상이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 떠오른 의문은 ‘과연 이것이 온전히 스마트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인가?‘ 였다. 스마트폰의 출현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는 이미 30여년 전 인터넷 태동기 때부터, 혹은 블로그 등 1인 미디어의 등장 즈음에 떠오른 담론 아닌가? 물론 스마트폰의 대중적 보급으로 인해 그러한 현상이 급속도로 빨라졌다고 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 이후 발생한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음으로 저자는 문명과 산업의 발전을 베이비붐 세대 - X세대 - 밀레니얼세대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포노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인류를 설명하기에 세대론을 가져왔는데, 또다시 의문이 인다. 포노 사피엔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스마트폰과 SNS에 익숙한 밀레니얼세대가 새로운 주력세대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이렇게 천명한다. ‘자본과 글로벌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시대의 리더는 이제 밀레니얼세대입니다.‘ 과연 그러한가? 최소한 한국 사회에서 밀레니얼은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스마트폰과 SNS를 잘 활용하면 거대 자본과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리더가 될 수 있나? 이미 기득권층은 오랜 세월 축적한 부와 자신들에게 유리한 체제를 근간으로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의 등장만으로 그런 구조가 일시에 무너질 것이라고 하는 것은 현실과의 괴리만 느껴지는 이야기다.

한 술 더 떠  기성세대에게는 ‘스마트폰으로 쇼핑도 하고 은행 업무도 보고 유튜브도 보며 새로운 문명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느끼고 체험하라‘고 조언한다. 새로운 문명을 배우고 익혀서 밀레니얼세대와 호흡하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잘만 활용하면 어린 세대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실소가 나왔다. 이런 류의 조언들은 책의 후반부 분량을 채우는 데도 쓰이고 있는데, 회사 단톡방에서 이모티콘을 적절히 활용하라는 식의 얘기들이다.


또한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의 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법과 규제 때문이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감이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비판 여론을 낳았고, 법과 규제에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합당한 추론인지 스스로 검증해보지는 않은 것 같다.

법과 규제가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고 뒤떨어져 있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해당 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심한 경우도 있을 테고, 국회에서 입법이나 개정이 지지부진한 탓도 있을 것이다. 혹은 국가행정 시스템과 인력 부족의 문제일 수도 있고. 이런 요인들을 무시한 채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가 강화된 것은 신기술의 부작용을 우려한 기성세대의 거부감 때문’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저자의 관점이 가장 실망스러운 대목은 다음과 같은 문단에서 나타난다.

‘경제 이슈를 보면 대기업 및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권익 다툼만 한창입니다. 이런 이슈를 다른 나라에서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데 말이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충돌은 미중 간에도 사라진 이슈입니다. 이념의 충돌이 아닌 시장의 충돌, 무역전쟁만이 뜨거운 상황입니다.

(중략)…이젠 권력의 힘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여전히 중심은 정치이고 권력입니다. 그래서 화두가 되는 경제 정책을 보면 대기업의 계열사 매각, 중소기업과의 이익공유제, 최저임금 50퍼센트 인상, 주 52시간 근무 제한, 소득주도성장 등 온통 정치권력을 이용해 시장을 이념적으로 컨트롤하겠다는 이야기뿐입니다. 혁명 시대의 생존 전략은 한마디도 없습니다.’

노사 간의 갈등을 권익 다툼이라는 말로 뭉개 버리고 마치 양자가 대등한 구도로 대립하고 있는 것인 양 묘사한다. 저자는 사회 구성원 간의 불평등 해소, 분배의 정의 실현은 정치적 레토릭일 뿐이라고 본다.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말아야 하며 무한 경쟁 시대에는 국가의 생존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나는 이 분이 조.중.동 사설의 열렬한 애독자라는 것에 500원 걸겠다.


그 외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사례들이나 논리적 오류들을 일일이 지적하지는 않겠다. 처음 책장을 열기 전에는 기술의 진보와 인류에 대한 인문학적, 심리학적 접근이 담겨 있길 바랬는데 너무 큰 기대였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시장 만능주의, 기술 만능주의에 깊이 빠져 있는 공학자의 수다를 몇 시간 동안 들은 느낌이다. 정리되지 않은 내용과 근거가 빈약한 주장들, 그나마도 동어반복이 많아 쉬이 피로해진다. 다음에는 좀더 검증된, 통찰이 담긴 책을 만나길 바라며. (201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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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폴리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임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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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라는 매개로 예술과 성장,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품.  피나는 노력으로 기본기를 탄탄히 쌓아야 하는 것에 더해 결국 예술가는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함을 작가는 역설한다. 그림으로 표현된 춤 동작 하나하나가 우아하고 유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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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염소의 맛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그레고리 림펜스.이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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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매개로 남녀의 미묘한 관계를 그리는 만화.

처음과 끝을 제외하면 모든 장면이 실내수영장을 배경으로 한다. 대사나 독백이 없는 장면에서도 주인공의 표정이나 시선의 방향을 통해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마치 프랑스 영화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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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관하여 땅콩문고
김겨울 지음 / 유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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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서점>이라는 책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김겨울 작가의 책이다. 땅콩문고 시리즈 중 하나로 150페이지 남짓 되는 얇고 가벼운 책. 책을 주제로 한 유튜브, 일명 ‘북튜브‘를 만들고 운영하는 노하우가 담겨 있다.

겨울서점의 구독자 수는 11만으로  채널을 아주 큰 숫자는 아니지만, 비인기 주제인 ‘책‘으로 2년 만에 이 정도 성과를 낸 것은 대단한 것 같다. 김겨울 작가는 유튜브 채널의 처음 기획 단계부터 영상을 만들 때의 시행착오, 초보 유튜버로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들을 들려준다. 흥미로웠던 내용은 콘텐츠를 기획하는 과정, 구독자수나 조회수에 대한 부분, 악플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이었다.

꼭 북튜브가 아니더라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한번 훑어볼만한 책이다. 영상 편집에 대한 세세한 내용은 없다. 이 책의 특징은 겨울서점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작가가 좋아하는 책에 대해 정리하여 조곤조곤 들려주듯, 북튜브 운영에 대해 재미있고 편안한 언어로 이야기해준다. 초심자라도 겁먹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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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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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도시화되고 기업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다. 쇠락한 어촌에 한 대기업이 빌딩과 공장을 지어 도시화를 추진한다. 마을은 급격하게 성장하며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은 듯했지만, 지역의 생태계는 기업 중심으로만 돌아가고 지자체는 곧 파산하고 만다. 기업은 지자체를 인수하여 도시국가를 세운다. ‘타운’이라 불리는 이 작은 국가의 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자격요건이 필요했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본국으로 추방되거나 임시 거주권을 얻어 머물러야 한다. 그마저도 안 되는 사람들이 인생의 벼랑 끝, 막장처럼 도달하게 되는 곳이 바로 ‘사하맨션’이다.

소설은 사하맨션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을 한 명씩 비추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의문에 싸인 ‘수’의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어쩌다 그곳에 흘러들어오게 되었는지 각자의 사연을 들려준다. 타운의 국민들은 사하맨션 거주자, 일명 ‘사하’들을 천시하고 경멸하지만,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허드렛일들을 사하들이 도맡아서 처리해 준다. 극빈자, 버려진 고아와 노인, 본국에서 떠나온 난민, 범죄자 등 낙오자들이 흘러들어오는 하수처리장 같기도 하다. 피라미드의 최하층에 자리잡은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타운에서 가장 인간다운 정을 나누며 살아간다.

계급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소설도 우리 사회의 거울상이 되어 소외된 자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비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 소설의 주인공격인 ‘진경’이 망연자실하게 길을 걷다가 눈부신 햇살 속에 웃고 떠드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어떤 이들은 세상의 밝은 부분만을 보고 싶어하고 애써 고개를 돌려 외면하지만, 그런다고 어두운 면이 사라지거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는 것.

이런 비민주.비인권적인 국가가 국제기구나 인권단체 등 외부의 어떤 압력도 받지 않고 운영된다는 설정이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결말이 쉽게 예측되고 설명이 누락된 듯한 부분이 있어 조금 아쉽기도 했다. (2019/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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