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 서로의 이야기들이 오가는동안 맥주는 시원하고 밤공기는 포근할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3
장성민 지음 / 위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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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함과 편의성 면에서 5성급 호텔을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 게스트하우스에는 다른 형태의 숙박시설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 있다. 일본 지방 소도시의 게스트하우스에 몇 번 묵었던 적이 있는데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여행을 함께 다니기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둔 밤 도미토리에서 위아래 침대에 누워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하고 아침이면 휴게실에서 커피와 먹을거리들을 나누어 먹던 소소한 일들이 게스트하우스를 정답고 따뜻한 공간으로 기억되게 만든다.

장성민 작가도 이 책을 통해 그런 기억들을 공유한다. 저자는 90년대부터 무려 40여 개국을 다녀온 상당한 내공의 여행 경력자인데 한 달이든 두 달이든 그곳에 오래 머무르며 그 나라가 말해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게스트하우스의 장점들을 길게 나열하는 대신, 자신이 갖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얽힌 추억들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작가의 필력이 상당히 좋아 재미있게 술술 읽혔다. 

줄창 게스트하우스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고 저자가 깨달은 여행의 의미라든지, 다른 여행자를 통해 배운 삶의 태도 같은 것들을 들려주어 좋았다. 오랜만에 읽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여행 에세이였다. (20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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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더 마블 맨 - 스탠 리, 상상력의 힘
밥 배철러 지음, 송근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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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세계의 수많은 작품들을 창조한 작가이자 마블의 아이콘이었던 스탠 리의 전기다. 원제는 <Stan Lee: The Man Behind Marvel>. 스탠 리가 작고하기 1년 전에 발간된 책이어서 2016년 무렵까지 그의 일대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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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 직후, 점점 거세지는 박해를 피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유태인들이 많았는데 스탠 리의 부모도 그들 중 하나였다. 뉴욕에서 태어난 스탠 리는 경제 공황 시기에 10대를 보냈고 생계를 위해 고교 졸업 직후 일자리를 구해야만 했는데, 외삼촌이 다니고 있는 출판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그 회사는 다름아닌 마블 코믹스의 전신인 타임리 코믹스였다. 입사 후 스탠은 ‘캡틴 아메리카‘를 만든 거물 작가였던 조 사이먼과 잭 커비 콤비의 조수로 일하며 심부름 같은 잡일을 도맡아 한다. 사이먼-커비를 통해 만화책 작업을 어깨 너머로 배운 스탠은 교정 작업을 시작으로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간다. 비록 2쪽 짜리 여백 귀퉁이를 메꾸는 작업이긴 해도, <캡틴 아메리카> 3편을 통해 그는 ‘스탠 리’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하며 작가 데뷔를 한다.

그러던 몇 년 뒤, 사이먼-커비 팀은 경쟁사인 DC 코믹스 등 다른 출판사의 작업을 비밀리에 진행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타임리에서 해고된다. 갑작스레 만화책 부서의 책임자가 된 스탠 리는 메인 작가, 편집장, 아트 디렉터 등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며 특유의 수완으로 빠르게 업무를 장악해 나간다. 2차대전이 발발해 스탠 리도 징병을 피하진 못했지만 군복무 기간 동안에도 운좋게 미국에 남아 출판사 업무를 계속할 수 있었다.

종전 후 다시 출판사로 복귀한 스탠은 작가와 조직 관리자를 병행하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성공한 삶을 누리며 결혼도 한다. 그러나 곧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

1940~50년대는 보수적인 정치인들과 종교인들에 의해 만화책이 비판을 받고 유해 매체로 낙인찍혀 만화 시장이 위축된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성만 따지는 경영자 마틴 굿맨과의 갈등이 심화되자 퇴사를 고민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도전해보라는 격려와 권유를 한 건 그의 아내 조앤이었다.

스탠은 잭 커비를 다시 고용하여 <판타스틱 4>를 탄생시키고, 스티브 딧코와 함께 <스파이더맨>을 만들어 성공을 거둔다. 헐크, 토르, 아이언 맨, 닥터 스트레인지 등 마블 세계의 중심축이 될 영웅들을 속속 만들어내고 히트시킨다. 스탠은 여러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며 현재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법과도 유사한 ‘마블 작법(Marvel Method)’을 고안하기도 한다.

그 후로 마블은 수십 년 동안 여러 위기를 겪으며 부침을 거듭하지만, 스탠 리는 대중이 원하는 것과 마블이 가야할 길을 정확히 읽어낼 줄 알았다. 8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 수차례 이사진과 경영진이 바뀌면서도 스탠만큼은 확고부동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이미 스탠 리는 하나의 아이콘이자 브랜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마블은 스탠의 오랜 꿈대로 거대한 영상 산업, 할리우드로 진출하게 되고 그 이후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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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 서점 사이트에는 경제/경영서로 분류되어 있기도 한데, 경영인으로서의 스탠 리에게 배울 점을 기대한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스탠 리는 작품을 구상하고 기획하거나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켜줄 파트너와의 협업에는 천재적이었지만 언제나 경영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었다(심지어 자신의 이름을 건 사업체는 동업자의 사기로 망하는 흑역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전기를 통해 발견한 스탠 리의 탁월한 점들은 이런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미래를 내다보는 눈, 기존의 창작물들과 차별화되는 과감한 시도,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의 절묘한 균형, 노년에도 사그라들지 않았던 열정과 끈기.

또한 만화가 일회성 오락거리에 그치지 않고 당시의 사회문제와 깊은 생각을 표현함으로써 교육적, 문화적 가치를 담을 수 있다는 믿음과 노력이 있었다. 스탠 리가 수많은 이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 인용

만화책을 읽으며 그저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도 있었지만, 스탠은 다르게 생각했다. “나는 그런 식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는 메시지 없는 이야기는 영혼 없는 사람과 같다고 말했다.

“인간 내면의 선함을 믿는 사람으로서, 그 핀이 사람들에게 미국이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곳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도록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우주선에 함께 탑승한 동반자들이며 서로를 존중하고 도와야만 합니다.”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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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 노엘
리 베르메호 지음, 홍지로 옮김 / 시공사(만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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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코믹스의 레전드 짐 리가 직접 발굴하고 육성한 만화가 리 베르메호의 작품이다. 짐 리가 서문에서 보낸 찬사처럼 실로 엄청난 작화를 보여준다. 페이지 한 장 한 장, 아니 컷 하나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컬러리스트 바바라 차르도의 환상적인 채색도 완성도 높은 작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

사실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보면 특출나게 재미있지는 않다. 이 만화의 독특한 점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살짝 비틀어 멋진 배트맨 코믹스로 재창조했다는 것이다. 고약한 스크루지 영감 역할은 배트맨이 맡았고, 원작의 밥 크랫칫은 웨인 엔터프라이즈의 직원이 되었다. 원작과 같이 배트맨은 과거,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환영을 만나게 되는데 그게 배트맨 세계관 속에서 표현되는 게 너무 기발하고 재미있다. 크리스마스에 더없이 어울리는 또 한 편의 배트맨이다. (201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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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 다크 프린스 차밍 - DC 리버스 시공그래픽노블
엔리코 마리니 지음, 이규원 옮김 / 시공사(만화)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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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만화의 거장이 그린 배트맨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구입했다. 마리니는 이탈리아 만화가인데 배트맨 만화를 그리는 것이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배트맨 만화에 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잘 이해하고 만화를 그린 것 같다. 

배트맨, 조커, 할리퀸, 캣우먼 등 시리즈의 단골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말투나 행동들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그대로다. 요즘의 만화는 디지털 작업이 들어가지 않은 걸 보기 힘든데 전부 수작업으로 완성한 아트웍이 따뜻한 결말의 스토리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배트맨의 아들이나 딸 이야기는 코믹스에 종종 나온 터라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 브루스 웨인의 2세로 추정되는 여자아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다. 스피디한 전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지만 나름의 반전을 감춰 뒀던 결말은 맥빠지고 연결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역동적인 동세와 풍부한 표정의 그림은 나무랄 데가 없다. (201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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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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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의 책을 낸 작가이면서 현직 판사이기도 한 문유석이 독서를 소재로 쓴 에세이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그야말로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온 그가 자신의 독서편력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문열, 무라카미 하루키, 시드니 셀던, 위화 등등의 이름이 열거되고, 왜 그 책들에 빠지게 됐는지, 책을 고르는 기준과 자신만의 독서법은 무엇인지, 책에서 얻은 것들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탁월한 글솜씨로 재미나게 들려준다.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읽었던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은 나 역시 그 시절에 만났던 책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문유석은 자신을 ‘성공한 덕후’라 일컫는다. 자신은 진성 책 덕후였으며, 책으로 놀기의 끝은 결국 책을 쓰는 것인데 작가가 되었으니 그렇다는 말이다. 또, 자신의 독서는 궁극적으로 ‘쾌락’을 지향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꼭 말초적인 쾌락만을 뜻하는 것 같지는 않다.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쾌락일 수도 있고, 잠시라도 타인의 입장이 되어 봄으로써 내가 사는 세상의 부조리에 눈을 감지 않겠다는 자기 위안일 수도 있을 테다. 가벼운 톤으로 시작해 종종 문유석 작가 특유의 유머가 튀어 나와 킬킬거리며 웃게도 하지만, 때로는 자못 진중한 태도로 책과 현실 세계의 구조에 대해 논하기도 하는 책이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이 책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자문해 본다.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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