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전쟁을 일으키는 이들이 있다면, 어떻게든 전쟁을 기록하는 이들이 있다. 어떤 무자비함도 인간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는 사실은 오직 펜만이 입증한다. 「전쟁일기」를 보니 그렇다. 무기는 끊어내지만 펜은 연결한다. 우크라이나에서 긴급 타전된 이 책은 평화의 확성기가 될 것이다."
-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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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본권과 노동 3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헌법은 많은 권리의 리스트를 적어놓고 있다. 교육받을 권리(제31조), 근로의 권리(제32조),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제33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환경권, 제35조), 그리고 가장 포괄적인 권리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이런 권리들을 통틀어 ‘사회적 기본권’이라고 부른다.
(중략)
...하지만 노동3권은 사회적 기본권의 하나로 보통 분류되기는 하나, 그 본질은 자유권이다. 집회·결사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모여서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울 자유이지, 국가가 예산을 들여서 노동자들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권리가 아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국 대법관이 여성 차별에 대해 한 말을 인용하여 표현하자면, 노동자들에게 어떤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그저 노동자들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워달라는 권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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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꼬인 목소리의 언니가 갑자기 더 크게 소리쳤다.

"야! 니가 그럴 자격이 왜 없냐? 그럴 자격 있다. 누구든 좋은 걸, 더 좋은 걸 누릴 자격이 있어.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너도, 나도, 우리 엄마도. 그건 다 마찬가지인 거야. 세상에 좋은 게 더 좋은 게, 더 더 더 좋은 게 존재하는데, 그걸 알아버렸는데 어떡해?

은상 언니가 야광봉을 핀 한쪽 팔을 허공에 쭉 뻗고서는 내 귀에 대고 속닥였다.

"걱정 마. 우리 저기까지 갈 거잖아."

노란 빛살을 내뿜는 야광봉의 끝이 밤하늘의 달을 가리키고 있었다. 반쪽은 캄캄한 어둠 속에 잠겨 있고 또다른 반쪽은 시원하게 빛나고 있는, 아주 정확한 반달이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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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그마음."
은상 언니가 등 뒤로 한쪽 팔을 뻗어 내 어깨를 감쌌고, 크게 웃었다.
"야, 나는 그런 생각 안 할 것 같냐? 우리 엄마 아빠, 일평생 호텔은커녕 바닷가에서 수영복 한번 못 입어봤는데."
언니가 덧붙였다.
"우리 같은 애들은 어쩔 수가 없어."
우리, 같은, 애들. 난 은상 언니가 ‘우리 같은 애들’이라는 세 어절을 말할 때, 이상하게 마음이 쓰리면서도 좋았다. 내 몸에 멍든 곳을 괜히 한번 꾹 눌러볼 때랑 비슷한 마음이었다. 아리지만 묘하게 시원한 마음. 못됐는데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만 못된 마음. 그래서 다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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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풀의 난간에 기대어 수영장, 바다, 하늘의 황홀한 그러데이션을 배경으로 물에 상반신이 반쯤 잠긴 뒷모습 사진을 번갈아 찍어주고 있는 은상 언니와 지송이를 바라보면서, 나는 인피니티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했다.

인피니티는 무한하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결코 가닿을 수 없는 아득히 먼 곳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결코 가닿을 수 없다고 여겼던 아득히 먼 세계. 그런 곳에 운 좋게 발을 살짝 담갔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욕심에 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하고 나면 이제는 저걸 하고 싶고, 저걸 하면 그다음 걸 하고 싶어졌다. 한계가 없는 내 욕망이, 그 마음들이 왜인지 창피했다. 속이 복닥거렸다. 멀리서 은상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해야!"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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