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 그마음."
은상 언니가 등 뒤로 한쪽 팔을 뻗어 내 어깨를 감쌌고, 크게 웃었다.
"야, 나는 그런 생각 안 할 것 같냐? 우리 엄마 아빠, 일평생 호텔은커녕 바닷가에서 수영복 한번 못 입어봤는데."
언니가 덧붙였다.
"우리 같은 애들은 어쩔 수가 없어."
우리, 같은, 애들. 난 은상 언니가 ‘우리 같은 애들’이라는 세 어절을 말할 때, 이상하게 마음이 쓰리면서도 좋았다. 내 몸에 멍든 곳을 괜히 한번 꾹 눌러볼 때랑 비슷한 마음이었다. 아리지만 묘하게 시원한 마음. 못됐는데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만 못된 마음. 그래서 다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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