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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무튼, 서재 ㅣ 아무튼 시리즈 2
김윤관 지음 / 제철소 / 2018년 5월
평점 :
<아무튼~> 시리즈 중 초기에 나온 책이다. 표지에는 목수로 보이는 한 인물이 목재 책상을 손으로 쓰다듬는 모습이 실려 있다. 글쓴이의 직업은 목수다. 작업을 하는 이외의 시간은 대부분 서재에서 보낸다. 서재라면 응당 책을 읽는 공간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는 텔레비전을 책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서재에서 술을 마시며 영화나 TV 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이외에도 <아무튼, 서재>에는 고정관념을 벗어난 신선한 주장이 몇 가지 등장한다. ‘애서가라면 책에 집중할 뿐 책장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는 것을 한탄하며 책에 담긴 내용만큼 형식 또한 중요하다고 강변한다. 또한 가벼운 독서를 경시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독서라는 행위에 지나친 진중함을 부여하기보단, 하루의 중간에 가볍게 마시는 아이스 카페모카처럼 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저 위대한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시킨 것도 루소의 <사회계약론> 같은 계몽서적이 아니라 포르노그래피, 공상물, 값싼 대중 소설 같은 책이었다는 것이다. 책 자체가 신화화되는 것에 약간의 반감을 갖고 있는 내겐 통쾌한 지적이기도 했다.
책의 전반부는 ‘목수’라는 저자의 직업에 걸맞게 서재를 구성하는 가구의 쓰임새와 중요도, 좋은 가구의 기준 등을 이야기한다. 후반부는 저자의 또다른 정체성인 ‘애서가’로 돌아가 책과 도서관, 서재에 대해 여러 책들과 작가들을 인용하여 말한다. 저자의 풍부한 식견과 깊은 통찰에 놀랐던 부분이다. 책을 보존하고, 읽고, 사색하고, 쓰는 공간-으로만 막연히 생각했던 서재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2019/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