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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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소설가 줄리언 반스의 에세이다. 제목과 표지에서 드러나듯 이 책의 주제는 요리, 그리고 레시피다. 

원제는 <The Pedant in the Kitchen(부엌의 현학자)>인데, 현학자(pedant)는 반스가 이 책에서 자신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아내는 ‘현학자가 요리를 해 주는 그녀’로 표기한다). 아마도 전문 요리사는 아니지만 요리에 일가견이 있어 전문가들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자신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반스는 자신을 ‘늦깎이 요리사’ 라고도 소개하는데, 보수적인 영국 중산층 가정에서는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남자가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 어색한 일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부모 슬하를 떠나 혼자 살게 된 20대 이후에야 요리를 시도해보게 되었다고. 

이 대목까지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이 되어 재밌게 읽을 수 있으려니 했건만... 사실 몇몇 챕터는 억지로 읽다시피 했다. 일단 식재료와 요리 종류가 우리와는 너무 달라서 양식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영국식 유머도 그렇다. 그 뿐 아니라 번역에 있어서도 단지 문화 차이로만 넘기기에는 딱딱하고 어색한 문장이 많았다. 어떤 문장은 의미가 전혀 전달되지 않아 원문이 궁금해질 정도.

아무튼 요리의 전 과정을 세밀하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요리책이 있어야만 안심하고 요리를 할 수 있는 줄리언 반스 선생은 시중에 나와 있는 요리책들을 사정 없이 깐다. 왜 요리책 저자들은 정확한 계량 단위를 말해주지 않는가! 왜 실전에서는 불가능한 레시피들을 그럴 듯하게 소개하여 요리 초보들을 좌절하게 하는가! 같은 식이다. 끊임 없이 투정을 늘어놓으면서 가끔 나름의 요리 팁(?)도 귀띔해 준다. 맨부커 상을 수상한 노년의 작가 치곤 귀여운 구석이 있으시고 중간 중간 삽입된 일러스트가 귀여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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