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초록달팽이 동시집 20
최명란 지음, 김순영 그림 / 초록달팽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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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최명란 시, 김순영 그림


보라, 보라, 보라!
그럼, 볼게.

이렇게 자그마하고 깜찍한 보라가 있었네.
동시집 한 권을 가득 채운 보라와 나의 시간, 그리고 공간.

짧지만 선명하고 경쾌한 동시들.
짧아서 더 선명해지는 순간들.

이것이 동시지~~
한 편 볼까요?


밖에서 놀다가
손도 안 씻고 발도 안 씻고
왜 내 방에 들어와?

ㅡ개미야, 전문ㅡ


내 방에 들어온 개미가 씻고 들어왔는지 안 씻고 들어왔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런데 개미가 내 방에 이미 들어왔다는 것. 조금전에 밖에서 분명히 개미를 봤다는 것. 지금은 내 방에 있다는 것. 그런데 혹시 너는 손 씻었니?

더 짧은 시 한 편 볼까요?


비 온 뒤 창가에 매달린 빗방울

햇빛을 만나니 저리 초롱 빛나요

ㅡ좋아하니까, 전문ㅡ


비가 그치고 창에 매달린 빗방울이 얼마나 햇빛을 기다렸는지, 눈이 마주치자마자 짠! 빛을 낸다. 이보다 더 생생하고 선명할 수 있을까

어떤 사물이 내 마음을 읽어내고 공감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동시에서 보자.


유리창이 나 대신 울었네

어제 내가 혼나는 소리
창문이 다 들었거든
살짝살짝 조금씩 흔들렸거든

ㅡ아침 성에, 전문ㅡ


이렇게 작고도 조용한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운다. 갑자기 행복해지고 배가 불러진다. 동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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