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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 환승터미널 구멍가게
배인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평점 :
기발한 상상력에다가 마음 따뜻한 인간애를 함뿍 느낄 수 있는 멋진 소설이다.
제44 은하계에 생긴 허름한 환승 터미널.
대한민국 서울시 봉천동 시장 변두리의 구멍가게 사장 원동웅 씨는 알박기를 하다가 제38 은하계의 터미널 내에 있는 유일한 점포의 주인이자, 유일한 지구인이 된다.
이제 다른 행성의 외계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게 된 그는 온갖 신비로운 손님들을 만나며 좌충우돌 여러 사건들을 겪게 되는데......
새로운 상상적 세계에 유머러스하고 개성 강한 인물들과의 교감이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멋진 이야기이다.
주변 사람들을 눈물 흘리게 만드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아주 작은 별에서 살던 종족은 그 능력으로 인해 다른 종족들에게 혐오와 냉대를 받게 되고 타인을 우울하게 만든다는 오명을 쓰고 숨어 살게 된다. 유명 배우로 활동하는 ‘짜얀체체게’가 바로 그 종족이란 소문이 나게 되는데, 이 짜얀체체게는 동웅 씨의 가게에 와서 휴대용 초콜릿을 산 것 때문에 의심을 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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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짜야 씨 종족이 사람들을 슬프게 만드는 게 아니란 소린가요?”
“네, 저희 별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는 이야기 자체가 허상이라는 거였죠.”
근거 없는 편견과 헛된 소문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수자들을 매도하고 있는 걸까.
또, 자기 별을 잃고 몸에 문신이 새겨진 채 이 별 저 별로 떠돌아다니며 살아야만 하는 칭칭 싸맨 손님, 세대별로 음성의 음역대가 달라 서로 소리를 들을 수 없어 같은 가족이라고 해도 연령대에 따라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야 하는 종족들...... 이러한 다양한 은하계 인물들은 바로 오늘날 우리의 사회와 인간들을 모습을 우의적으로 보여준다.
동웅도 혼혈아로 태어나 이방인처럼 살아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기에, 이러한 타은하계의 인물들의 삶에 연민과 동질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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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돌아다닌다는 건 어쩌면 삶을 오롯이 짊어지고 다니는 것과 같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삶 자체가 짐이 되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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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히 많은 별들과 자신이 평범해 보일 정도로 너무나 다른 은하계의 사람들. 그들을 보고 있으면, 평생 자신을 괴롭혔던 자신의 붉은 머리나 이국적인 이목구비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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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과 ‘외계’의 언어들이 뒤섞인 간판을 단 가게를 보며 원동웅 씨는 .... (중략) 그 간판은 꼭 자신 같았다. 외계인이고, 한국인이고, 지구인이고, 또 그냥 사람인 자신. 그리고 그런 간판을 달고 있는 가게에서 그는 계속 살아갈 것이다.
어느덧 동웅 씨의 작은 가게는 온갖 은하계 종족들이 거쳐 가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뒤섞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된다. 여러 종족들이 자기들의 언어로 ‘구멍가게’란 의미의 단어를 간판에 적게 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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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공포, 폭력, 혐오, 그리고 편견으로 가득한 이 세계에서 어떤 호의들은 누군가에게 가닿기도 전에 스러지고 맙니다. 선한 마음을 선뜻 믿기에는 너무 위험한 세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래 이런 세상이야.“하고 넘겨버리기엔 너무 마음 아픈 순간들이 분명히 있는 듯합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재미와 감동을 모두 충족할 멋진 SF 장편소설! 읽어 보시길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