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11
요한나 슈피리 지음, 정지현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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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담 출판사(인디고)에서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의 11번째 책으로 『하이디』를 선택했다. 이 시리즈를 고등학생 시절에 처음 알았는데, 여전히 명불허전 삽화맛집이다. 사실 고전 명작들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하기 때문에 독자의 소장욕구를 불러 모으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하는데, 글담 출판사의 동화적인 삽화는 엄청난 마케팅이다. 표지와 삽화의 그림으로 여러 굿즈들도 만들 수 있으니까! 참고로 본인은 하드커버로 만든 노트를 여러권 가지고 있다.

명작 도서 중에서도 매년 꾸준히 찾는 책들이 있다. 나는 『비밀의 화원』과 『하이디가 그런 책이다. 두 책들을 나열해 보니 어쩐지 내 취향을 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파란 하늘 아래 꽃들로 뒤덮인 넓은 평야. 높은 산과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 자연을 한껏 담아 둔 책이 좋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요즘 학원과 집만 왔다갔다 하며 집 앞 마트조차 가지 않는 아웃사이더 생활을 하고 있다. 날씨는 따뜻해지고, 꽃은 여기저기 피어나는데 올 봄의 꽃놀이는 포기해야 하는 듯 싶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봄은 내년에도 올것이며, 지금은 하루 빨리 평안을 빌며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할 뿐이다. 이 아쉬움을 집에 콕 박혀서 『하이디』를 읽으며 달래본다.


'하이디'라고 하면 '알프스 산맥, 전나무, 염소' 이 3가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특히 하이디와 클라라가 너무나도 맛있게 먹던 염소젖은 언제나 독자인 내 입맛도 돋구곤 했는데, 어디선가 어떤 여배우가 하이디의 로망을 가지고 염소젖을 먹고 무척 실망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염소 젖, 정말 어떤 맛일까. 아직도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다.

알프스 산을 떠나 도시로 간 하이디가 향수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몽유병에 걸려 그 치료의 수단으로 다시 알프스 산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이번에 책을 다시 읽다가 생각했는데, 아니 하이디는 아직 8살이 아닌가! 그런데 이게 너무 비현실적이지 만은 아닌 이야기 같아 씁쓸해지기도 하다. 아직 부모 입장도 아니고, 주변에 어린 아이들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요즘 아이들 교육은 얼마나 빠르고 혹독한가요? 놀이터에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책가방에 짓눌린 아이들만 보인다.

어서 빨리 넓은 공원에 나가 꽃 핀 나무 아래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두런두런 모여 이야기 나누고 싶다.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성큼성큼 산에 올라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봄이다. 어서 빨리 마음껏 하늘 아래 달려나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맞은편 집의 하얀 담벼락에 햇살이 비추었다. 하이디는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 있으면 페터가 다시 염소들을 데리고 산에 오르고 꽃들이 잔뜩 피어나며 저녁마다 태양빛이 붉게 타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후에 방에 혼자 있을 때는 햇살로부터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클라라가 다시 부를 때까지 그러고 있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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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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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타인의 해석』이라는 제목을 읽고 단순히 '타인을 이해하는 심리학'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틀린 짐작은 아니지만, 친구를 만난다거나 거래처 사람을 대할 때 등 일상 생활 속에서 타인의 생각 읽는 방법을 막연히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이 책은 2015년에 일어난 '샌드라 블랜드 사건'을 처음 소개하며 시작된다. 7월 10일,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샌드라 블랜드는 장을 보러 차를 몰고 나왔는데, 차선 변경 깜빡이를 켜지 않아 백인 경찰인 브라이언 엔시니아에게 붙잡이게 된다. 엔시니아는 몇 가지 질문을 했고, 블랜드는 질문에 대답하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엔시니아는 담배를 꺼달라고 요청했으나 블랜드는 본인의 차 안에서 담배를 왜 꺼야 하냐고 물었다. 이에 엔시니아는 블랜드에게 차에서 나올 것을 요구했고, 블랜드는 차에서 나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면서 사건은 고조된다.

엔시니아는 블랜드에게 전기충격기를 겨누며 차에서 끌어냈고, 체포했다. 수감된 블랜드는 그로부터 사흘 뒤 유치장에서 자살했다.


엔시니아와 블랜드는 출신도 성별도 인종도 달랐다. 또한 직업적 위치(경찰간과 민간인)이라는 점에서도 반대였다. 이 둘은 서로에게 낯선 이였으며, 만약 우리가 한 사회로부터 좀 더 사려깊었다면, 낯선 이에게 접근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성찰하려고 했다면 블랜드가 유치장에서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타인의 해석』은 이러한 낯선 이 문제(stranger proble)의 여러 측면을 다룬다. 또한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적용한 사례들은 범죄나 정치적인 이야기 등의 조금 무거운 주제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서로가 '타인'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면밀하게 파해치는 책이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있으며, 전체적으로 12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 1부 거짓말의 정체: 두 가지 수수께끼

제 1부에서는 1장과 2장이 실려있으며,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이다.

1장에서는 국가를 넘나들며 중앙정보국 까지 속이는 스파이들의 이야기,

2장에서는 히틀러를 만난 사람들의 주장을 토대로 왜 그들이 히틀러를 직접 만나보았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속아 넘어갔는지에 대한 사례가 실렸다.






제 2부 진실의 기본값 이론의 승리: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첫 번째 도구

제 2부에서는 3, 4, 5장이 실렸으며, 왜 낯선 이에게 속을 수 밖에 없는지 가르침을 준다.

3장에서는 1장에서와 비슷한 또 다른 쿠바 스파이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국방부에 잠입한 스파이 몬테스는 자신의 여자친구 같은 스파이들에 맞서는 남자친구는 물론 연방수사국 요원으로 활동하던 자신의 동생 까지도 속였다.

4장에서는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 사업을 운영한 버니 메이도프를 이야기를 통해 심리학자 팀 러바인 이론을 살피며, 5장은 성폭력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어느 풋볼팀 코치 사건을 두고 벌어진 이상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특히 5장은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풋볼팀 코치 제리 샌더스키가 성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본 목격자가 있음에도 이 사건이 밝혀지는데 10년 넘게 걸린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미시건주립대학의 의사 래리 나사르가 치료를 명목으로 수 많은 체조 선수 아이들을 부모 앞에서 까지 성폭행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회부하는데 몇 년이나 걸렸다.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에게 대해서는 관대하다.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어.'라는 생각에 잘 못 본 것이라 치부하거나, 무시하거나, 범죄자를 감싼다. 끔직한 일이다.


제 3부 투명성 관념의 실패: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두 번째 도구

제 3부에서는 6, 7, 8장이 실렸으며,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내는 것에서 부터 진짜 속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6장에서는 미국 드라마 <프렌즈>와 트로브리안드인 등을 토대로 표면적인 모습(예를 들면 표정)을 보고 그들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과 분석이 실렸다.


트로브리안드인이나 므와니족 등, 고립 생활을 하는 집단에서는 흔히 찌푸린 표정의 사진을 보고 '분노'를 떠올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 트로브리안드인들은 분노한 얼굴을 보고 20퍼센트는 행복한 얼굴, 17퍼센트는 슬픈 얼굴, 30퍼센트는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이라고 불렀다.(196p) 고대에 가서 활짝 웃는 얼굴을 사진을 보여주면 그것이 '행복'이 아닌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7장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가? 에 대한 대답이다. 심리학자 러바인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함정수사를 시행했다. 학생들은 상식 시험을 보게 되고, 조교는 시험장에서 나가며 답안지를 책장 위에 두고 간다. 그 후 러바인은 학생들을 면담하면서 커닝을 했는지 안했는지 물어본다.

여기서 '초조한 넬리'가 등장한다. 넬리는 누가 커닝을 했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구구절절 대답을 한다. "파트너가 점수를 보려고 했는데 안된다고 했다. 정말 나는 커닝하는 사람이 아니다. 잘못된 일이니까 안된다고 했다. 파트너는 하려고 했는데 솔직하게 말했다."

넬리는 머리카락을 꼬고,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동요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모든 사람이 넬리가 거짓말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넬리는 모두 사실만을 이야기 했다. 우리는 거짓말쟁이가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 처럼 행동하거나, 정직한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것 처럼 행동하면 당황한다.


8장에서는 사교클럽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사례로 타인이 주는 신호가 정말로 본인이 받아들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많은 성폭력 사건들이 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동의 했다고 주장하기도 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다. 8장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가 등장하고, "성적 행위의 진도를 나가는 데 있어 확고한 동의"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조사한 자료도 등장한다.

"성적 행위의 진도를 나가는 데 있어 확고한 동의"에 대한 자료를 보면 규칙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들도 각각의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르고, 남성들도 각각의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

타인이 보내는 신호를 자신이 정말 잘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자만하지 말라. 결국 타인은 타인이다. 나와 모든 주제, 모든 관점에서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다. 특히 술을 먹고 취한 상태라면 더욱 더!


제 4부 진실의 정체: 또 다른 수수께끼

제 4부에는 9장이 실려있으며,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어느정도 확고한 것일까. 정말 상대방의 몸 속에 들어가 기억과 생각과 감정 하나하나를 직접 보고 느끼지 않는 한 낯선 이를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우리는 낯선이에 대한 진실을 절대 알 지 못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낯선 이에게 겸손해야 한다.


제 5부 결합의 파괴: 낯선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세 번째 도구

제 5부에는 10, 11, 12장이 실렸으며, 마지막 12장에서는 이 책의 처음에 실린 '샌드라 블랜드 사건'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

샌드라 블랜드 사건을 재구성 하자면 이렇다.

경찰인 엔시니아는 차선 변경 깜빡이를 켜지 않아 블랜드를 잠시 멈춰 세웠고, 면허증을 받아 순찰차로 돌아간다. 곧 이어 엔니시아가 돌아오고, 블랜드는 '딱지를 끊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것에 엔시니아가 처음 저지른 실수이다.

엔니시아는 딱지를 끊을 생각이 없었고 그저 경고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블랜드에게 딱지를 끊지 않을 것이라고, 그 어떠한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 말을 다 끝낸 블랜드는 긴장을 풀기 위해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엔니시아는 '담배좀 꺼주시겠습니까? 좀 꺼주시죠?'하고 이야기 한다. 말에는 날이 서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엔니시아의 무심한 태도와 어조 때문에 시작된 사건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엔니시아의 입장을 들어보자. 엔니시아는 블랜드의 차를 세우고 정차시킨 이유를 말해주기 위해 창문 안으로 몸을 숙인다. 그 때, 엔니시아는 블랜드의 공격적인 몸짓과 태도를 발견했다. 무언가 괜찮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증언한다.

블랜드가 발을 구르며 앞뒤로 움직이고, 면허증을 확인하러 뒤돌아 섰을 때 시야에서 사라지거나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블랜드의 흥분과 동요, 변덕스럽고 적대적인 모습에 엔니시아는 블랜드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가 배운 '범죄자의 특징'과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엔니시아의 눈에 블랜드는 범죄자처럼 보였고, 그래서 배운대로 했다. 하지만 블랜드는 그저 화가 나 있었을 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이 어디에 존재하기는 한 것일까'하는 생각이 막연히 떠오른다. 어쩌면, 이에 대한 대답은 No, 다. 평생을 거쳐 함께 사는 동반자가 있다고 해도 그를 하나부터 열 까지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하다. 결국 타인은 타인이다. 내가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본인 자신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린 엔시니아의 증언을 보면, 블랜드가 자신의 말을 비꼰다고 생각한 것이고, 블랜드가 경찰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결국 엔시니아는 자신의 말투도, 행동도, 블랜드를 이해하지 못해고 범죄자로 몬 것도 모두 다 블랜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소름돋지만, 천천히 생각해 보자면 그렇다고 수긍된다. 상대방이 본인의 말을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인다면 '나는 그렇게 말 안했는데 왜저러지?'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 않는가.

결국 타인을 마주한다는 것은 상호관계다. 나는 다른 이들에게 낯선 존재이며, 나를 완벽히 이해해 주는 사람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겸손하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낯선 이들도 나를 그 만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속마음에 있는 것들을 진실되게 입 밖으로 내보내지 않은 이상 낯선 이들과 100%의 진실을 가지고 이야기 하기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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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으며 살아도 괜찮아요 - '다르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 마흔 즈음부터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인디고(글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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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에 적힌 것 처럼, 이 책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좋은 삶의 방식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짧지만 강력한 글이 담겨있다.

책 표지에는 "'다르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 마흔 즈음부터"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서, 마흔? 나는 아직 멀었는데... 라며 공감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책을 읽으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깜깜한 미래를 두려워 하는 지금 이 시기에 '아, 읽기 참 잘했다.'라는 생각마저 드는 책이었다. 『10대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책 제목이 떠올랐다. 나이 불문, 빨리 알 수록 더욱 세상이 밝아보이게 하는 값진 글이다.


인간관계에서 시작해서 건강, 직업, 꿈과 희망, 그리고 나 자신에 이르기 까지 삶은 어떤 분야에 막론하고 고난과 역경이 없다면 굴러가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특히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나 자신'.

특히 취업 준비생 신분인 나는 요즘 참 자괴감이 많이 든다. 코로나 때문에 온갖 자격 시험이 취소 되어 세워 둔 계획들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내 탓은 아니지만, 꼭 내 잘못 같으며 더욱 자신감을 잃어간다.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올해는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이 세계에 쓸모없는 덩어리가 된 것 같다.


자존감 뚝뚝 떨어지는 중에 이 책을 만났다. 책은 언제 읽어도 좋지만, 『나를 믿으며 살아도 괜찮아요』는 하루를 시작하는 이른 아침에 읽는 것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학원가는 이른 아침 지하철에서 한 두장 읽고 있으면 마음 속 고민들을 조금 내려둘 수 있고, 뜻밖에 한 줌의 용기도 얻어 그 하루를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남 눈치 보지 않고 내 속도로 묵묵히 걸어 나가는 것을 다시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내 스스로를 존중하고 가꾸는 것, 내가 행복해 지는 것. 스스로를 돌보며 다들 이 험난한 세상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아름답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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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혼자 있을 때면
이석환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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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집순이에 거의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운 성향을 가지고 있어, 최근 코로나 사태에도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걸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나에게 『집에 혼자 있을 때면』이라는 책 제목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혼자 사는 집순이에게 정말 어울리는 책 제목이 아닌가!

TV도 컴퓨터도 켜지 않고 그저 침대에 누워 멀뚱멀뚱 침대에 누워 있노라면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쓸대없는 걱정과 불안의 잡념일 수 도 있고, 혼자만의 자유나 문득 느껴지는 외로움이기도 하다. 이 책도 그런 혼자만의 공간 속의 이야기를 다뤘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이 책은 혼자 사는 삶의 방면을 보여주기 보다는, 연인과의 헤어짐으로 부터 겪게 되는 외로움을 주로 다뤘다. 평소에는 곁에 누군가가 있었지만, 이별로 인해 옆 자리가 텅 비어버린 그런 삶. 풍족했던 삶은 텅 비어버렸고, 그로 인해 느껴지는 외로움은 너무나도 컸다. 그리고 이별을 겪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글들이 나온다. 사무치는 외로움과, 잘 해 주지 못한 후회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과, 꾹꾹 눌러 담았으나 전해지 못했던 사랑 같은 것 말이다.

무엇보다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던 책이다. 특히 '친절한 글을 좋아하다 보니 아직 여백이 많은 시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를 사랑한다. -115p'라는 글이 참 많이 기억에 남는다. 꼭 나같다. 시는 어렵지만 그래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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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하영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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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환 작가의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딥앤와이드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의 제목은 꽤나 마음에 와닿는다. 일상적이기도 하며, 보편적이고, 또한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그런 매력을 담고 있는 제목들이다.


딥앤와이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하영 작가님. 주로 잔잔한 우울과 일상적인 사랑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한다.


책 제목이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라서 현대인들의 연애 불필요, 비혼주의의 생각을 담았나 싶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순도 100% 사랑과 이별에 대한 짧은 글이 실려있다.

한가지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기나 사연, 동경, 자두 등등 한가지 주제와 그에 연결된 짧은 글들이 이어지는 산문집이다. 사실, 문장 하나하나가 대단해서 산문시를 여러편 읽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서정적인 글이다.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다. 행복함과 슬픔을 동시에 지닌 책. 특히 그 이야기가 나도 어디에서인가 겪어봤을, 혹은 겪을 수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일상과 맞닿아 있어서 공감이 된다. 이 때문에 위로의 글 하나하나가 마음에 새겨진다.


모든 글이 좋았지만, 그 중 가장 좋았던 글은 가장 마지막에 실린 「아버지에게」라는 글이다. '아버지 평온히 잘 지내시는 가요.'로 시작하는 이 글은 사실 목차에도 적히지 않았고, 어쩌면 그저 작가의 말이나 에필로그 격으로 실려있는 글인 것 같다. 그렇기에 독자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아버지를 그리며 묵묵히 적어왔을 작가님의 짧고 긴 편지라서 가장 고요했다.


"아버지, 이별은 무던히도 아픕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은 언젠가 나를 울게 만든다는 말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 저는 겁을 먹은 채로 인생을 살아갑니다."


사랑은 결국 고통에 속하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수 십년 지속된 사랑이라도 해도 그 끝은 결국 이별로 내달리고 있는 것일 테니. 죽음이 내정되어 있는 인간의 삶이란, 너무 일반통행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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