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하영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석환 작가의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딥앤와이드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의 제목은 꽤나 마음에 와닿는다. 일상적이기도 하며, 보편적이고, 또한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그런 매력을 담고 있는 제목들이다.


딥앤와이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하영 작가님. 주로 잔잔한 우울과 일상적인 사랑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한다.


책 제목이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라서 현대인들의 연애 불필요, 비혼주의의 생각을 담았나 싶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순도 100% 사랑과 이별에 대한 짧은 글이 실려있다.

한가지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기나 사연, 동경, 자두 등등 한가지 주제와 그에 연결된 짧은 글들이 이어지는 산문집이다. 사실, 문장 하나하나가 대단해서 산문시를 여러편 읽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서정적인 글이다.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다. 행복함과 슬픔을 동시에 지닌 책. 특히 그 이야기가 나도 어디에서인가 겪어봤을, 혹은 겪을 수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일상과 맞닿아 있어서 공감이 된다. 이 때문에 위로의 글 하나하나가 마음에 새겨진다.


모든 글이 좋았지만, 그 중 가장 좋았던 글은 가장 마지막에 실린 「아버지에게」라는 글이다. '아버지 평온히 잘 지내시는 가요.'로 시작하는 이 글은 사실 목차에도 적히지 않았고, 어쩌면 그저 작가의 말이나 에필로그 격으로 실려있는 글인 것 같다. 그렇기에 독자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아버지를 그리며 묵묵히 적어왔을 작가님의 짧고 긴 편지라서 가장 고요했다.


"아버지, 이별은 무던히도 아픕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은 언젠가 나를 울게 만든다는 말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 저는 겁을 먹은 채로 인생을 살아갑니다."


사랑은 결국 고통에 속하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수 십년 지속된 사랑이라도 해도 그 끝은 결국 이별로 내달리고 있는 것일 테니. 죽음이 내정되어 있는 인간의 삶이란, 너무 일반통행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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