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에듀윌 NCS 모듈형 기본서 - 모듈이론편+문제유형편, 최신 기출유형 반영 실전모의고사&성적분석 서비스, 이시한의 NCS 모듈형 완전정복 무료특강
이시한 지음 / 에듀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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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모듈형 입문하는데 어떤 책으로 공부할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시험에 나오는 것들 위주로 효율적이게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어요. OX문제나 실전모의고사도 있기 때문에 공부 내용 정리하는 데에도 탁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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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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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드라마 혹은 영화를 한편 끝까지 본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오랜만에 푹 빠져들어 읽었고, 완결과 에필로그마저 취향에 너무나 부합하는 내용이었기에 책에 대한 만족도가 차다 못해 넘쳐 흐른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프랑스 작가 '마르크 레비'의 신작 소설이라고 하는데, 아직 독서 이력이 그다지 폭넓지 않은 나에게는 초면인 작가였다. 그래서 작가의 성향을 전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어 볼 의지가 충만하다! 특히 영화로도 제작된 『저스트 라이크 헤븐』은 꼭 읽어보고 싶다. 그만큼 너무나도 따스하고 재미있고 감성적이고, 어쨌든 왜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는 지 알 것 같다.


책의 시작은 클로이의 일기로 시작한다.

일기의 내용은 클로이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날에 대해서 적혀있는데, 그래서 이 책이 앞으로 클로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과거를 보여주고 범인을 잡던가 치유를 받는 과정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이라고 짐작했었다. 정말 첫 장만 읽고 나서 이 책이 연애소설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책 중간중간에 클로이의 일기가 등장하고, 그 속에 클로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등장하지만 정확히 어떤일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책을 끝까지 읽어 본 독자만이 알 수 있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클로이는 결승선을 앞두고 폭탄 테러에 휩쓸려 두 다리를 잃고 말았다. 폭탄 테러에 당한 2013년 4월 15일 14시 50분. 클로이는 자신의 두 다리, 신체 중 40센티미터를 잃은 그 날은 14시 50분이라고 명명한다.

클로이는 아직 수동식 엘리베이터가 운영되는 맨해튼 5번가에 이웃주민들과 오손도손 살아간다. 두 다리는 잃었지만 삶에 대한 의지는 잃지 않았다. 심리상담사로 일을 하면서 동시에 오디오북 성우로서 배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에도 열심히 참가한다.

뭄바이에서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으로 성공을 한 산지는 사업 확장을 위해 뉴욕에 오게 된다. 사랑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인도에서 미국으로 떠났던 고모 릴리와 고모부인 디팍의 집에서 머물게 되면서 산지가 클로이를 만나게 되는 접전이 생기게 된다. 디팍의 직업이 맨해튼 5번가의 수동식 엘리베이터를 운영하는 기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지와 클로이는 처음부터 운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을 지도 모른다. 디팍과 교대로 엘리베이터를 운전하던 리베라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며 고모의 부탁으로 그 자리를 산지가 대신하기 전, 산지와 클로이는 워싱턴스퀘어 파크에서 만났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산책로 중앙에서 한 남자가 트럼펫을 불고 있는 것을 보던 산지에게 클로이는 "살다 보면 어떤 만남의 순간을 뇌리에 각인시켜주는 곡이 있거든요." 하고 말을 걸었다. 클로이는 이내 농담이라고 했지만, 그들의 인연은 그 첫 만남 때 트럼펫이 각인시켜준 것일 지도!


프랑스 작가가, 미국을 배경으로, 인도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글을 썼다. 특히 미국인 연자와 인도인 남자라는 설정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기에 특이하다고 생각도 들었다.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되는 것을 보면 그리 좋은 시선을 받고 있지는 않는구나 추측한다. 마르크 레비는 잡지 《엘르》와 인터뷰 하면서 이에 대해 다르다는 것은 두려움을 주는 동시에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진심으로 그 다름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낡은 수동식 엘리베이터를 운전하는 디팍과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산지도 어떻게 보면 정반대로 그려지고 있는 인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인도에서 크로켓 선수로 이름을 날리다가 랄리와 결혼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미국으로 이주해 수동식 엘리베이터 운전사가 된 디팍과, 인종 차별과 상속재산을 노리는 삼촌들의 시기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신의 일과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산지는 닮았다. 사랑 앞에서 결국 모든 것은 평등하다.

마지막에 다다를 때, 클로이는 산지에게 이별을 고하는 편지만을 남겨두고 피렌체로 여행을 떠난다. 디팍은 엘리베이터 운전사로서 거주민들의 이야기는 절대로 밖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는 철칙을 39년만에 깼다. 모든 것은 산지와 그의 사랑을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멀리 떠나 새로운 인생을 살자고 부추겼던 과거의 자신을 위해서.

산지와 클로이의 사랑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책의 에필로그 부분에서 아주 짧지만 강렬하게 등장한다. 과연 이 둘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는지, 이별하고 제 삶을 찾아 떠났는지는 직접 책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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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쁨 채집 생활 - 평범한 일상이 좋아지는 나만의 작은 규칙들
김혜원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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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는 게 참 그렇다. 작가의 성향과 맞지 않으면 솔직히 읽기 버거운 그런 책. 성격도, 삶의 방식도 나와 완전히 다르다면 그 작가의 에세이는 공감을 불어넣기는 커녕 조금 꺼려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혜원 작가의 에세이는 나와 성향이 참 잘맞았다. 글 하나하나가 공감되는 것 뿐이고, 어쩜 이리 성격까지 비슷한지!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거린 것 같다. 아니, 작가님 저인 줄! 내 마음과 생각을 어쩜 이리도 통찰하고 있는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빠져 들어 읽었다.


오늘 하루 참 보람찬 생활을 했다고, 자화자찬 하며 만족감에 젖어 잠든 날이 있었는 지 모르겠다. 내 하루의 끝은 언제나 자책과 자기비판 뿐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영어단어를 외우고, 학원 갈 준비를 하며 인강을 듣는다. 저녁에는 운동 할 시간을 낼 수 없어 지하철 역까지 40분을 꼬박 걸어가고, 지하철 안에서도 인강을 듣는다. 학원에서 비전공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10분의 쉬는시간마다 책을 읽는다. 집 오는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그날 공부한 것들을 복습하고, 집에 와서 씻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인강을 듣고, 문제를 풀고, 단어를 외운다.

그저 줄줄이 적어보면 참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고, 그리 생각할 지 모르는 요즘 일상이지만 새벽 1시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보잘 것 없다. 딱히 한 게 없어보이고 남는 것도 없다. 그래서 오늘 하루 또 헛으로 살았구나 하며, 나는 왜 이 모양으로 사는 걸까 자책하고 마는 것이다.

삶에서 부족한 부분만 곱씹는다면 평생이라는 세월을 다 써도 부족할 거다. 하지만 작은 기쁨과 행복, 한줌의 뿌듯함을 찾는 것은 왜 이리도 힘들까. 그렇기 때문에 "2퍼센트의 아쉬운 뽀시래기 행복이라도 틈틈이 주워 둬야 한다." 라는 말이 참 마음속에 와닿았다. 먼지 한톨 만큼의 작은 행복이라도 없으면 내 삶은 절망으로만 가득찰 것 같아서. 티끌도 모으면 태산이라던데, 지하철역 안의 베이커리에서 산 엄청 큰 초코칩 쿠키에서 느낀 기쁨이라도 모아두면 그래도 하루하루를 버틸 힘이 생기지 않을까.

10년 째 꾸준히 쓰고 있는 일기, 월급을 받자마자 가는 서점, 인간관계와 그 사이에서 느끼는 두려움, 그리고 버릴 수 있는 것.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불안, 깨달음을 담고 있는 『작은 기쁨 채집생활』

주변에 한명쯤 이런 사람이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일상이 뭔가 특별하거나 한 건 없다. 그저 회사원이고, 소소한 취미생활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짜증내고 기뻐하고 두려워하고. 그러기 때문에 더욱 읽기 편한 책인 것 같았다. 나도 작가님 따라 작은 기쁨을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주니까.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다가 소소한 기쁨(?)을 채집해봤다. 작가님이 글 속에 남편분을 그냥 이름 그대로 '김수현'이라고 지칭해서 피식 웃고 말았다. '김수현'뒤에 붙는 괄호 속에서 너무 담담하게 '남편 이름이다.'하고 적어놓은 게 유쾌하다. 그저 '남편'이라는 수식어 말고 이름을 그대로 적어두니 더 친근해진 것 같기도 하고 좋다.


책의 한 장이 다 끝날 무렵에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작은 규칙"이라는 부분으로 앞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래 맞다. 사실 특별할 것 없고, 누군가는 이게 뭐람. 나도 다 아는 이야기인데! 하면서 책을 덮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별것 아니고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가장 하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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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 20년간 우울증과 동행해온 사람의 치유 여정이 담긴 책
고요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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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표지의 문구를 보고 흔하디 흔한 힐링 에세이인지 알았다. 힐링 에세이 중에 달콤한 말로 이겨내자, 이겨내자 끊임없이 반복하기만 하고 사실상 마음에 와닿지 않는 책이 몇권 있다. 그러한 책들은 대부분 우울증에 관련 되어 있기도 한데, 그런걸 보면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어쩌면 필수적으로 장착된 질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고 다시 삶에 기력을 되찾아 주는 힐링 에세이를 찾기는 참 어렵다. 책에 적힌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내용 뿐이니까. 결국 지쳐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주말 오후에 사람 없는 카페에 홀로 앉아 별 기대없이 책을 펼쳤다. 아, 카페에 혼자 있었기에 망정이지 사람이 가득 차있는 인기 카페였다면 큰일날 뻔 했다. 책을 읽는 시간 대부분을 눈물로 보냈다. 이건 도저히 눈물을 내보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내용이었다.



술주정과 욕설이 일상인 아버지와, 그를 대신 해 소처럼 일하는 어머니. 어렸을 적부터 저자는 고독에 휩쌓였다. 하교 후 아무도 없는 집은 당연했고, 누군가 따뜻하게 자신을 맞이 해 주는 것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

어쩌면, 현대인들의 우울증의 기원은 외로움이 아닐까. 외동인 집안과, 부모님의 맞벌이. 현대에 가장 흔한 가족구성은 고독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그 외로움 속에서 저자는 자라왔다. 9살 때 성폭행을 당했어도,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도 털어놓고 이야기 할 존재가 없었다. 주위에는 그 사실을 이야기 한다면 무너질 것들 천지였다.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모든 책임과 잘못을 자신에게 돌리면 다 좋아질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걸까? 늦은 밤 책상에 앉아 친구들이 자신을 싫어할 이유를 열심히 적어내리고, 스케치북을 죽고 싶다는 말로 채우면서 조금씩 자신을 버려갔다. 그리고 그 동안 우울은 점점 저자를 지배해 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저자가 가진 우울에 대해서 어머니는 사춘기라고, 다들 다 그렇다는 말로 위로했다. 아, 다들 아프지만 숨기고 잘 살아가고 있구나. 그 생각이 저자의 자존감을 더 갉아 먹었다. 꼭 자신이 나약하디 나약한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 하지만 버티고 버텨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중 3학년 말, 엄마를 설득해 함께 정신과 병원을 찾았다. 저자는 그 때 우울증 진단을 판정받았다. 엄마는 우울증을 '나쁜 것'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 낫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저 졸리기만 할뿐. 약만 먹는게 무슨 치료인가 싶어 병원을 서너 달 다니다가 그만뒀다. 일상생활을 잘 하고 있으니 우울증도 나은줄 알았다.

그리고 교사가 된 첫해에 우울증이 재발했다. 병원을 다니다가 약을 먹고, 좀 나아졌다 싶으면 제 마음대로 약을 끊었다. 그 과정이 반복 될 수록 우울증은 낫기는 커녕 점점 심해져만 갔다. 주변 사람들에게 토로해봐도 다들 '다들 그래, 다들 힘들어, 넌 직업도 좋으면서 배부른 소리 하네.' 하는 등의 대답만 해줄 뿐이었다.

점점 지쳐가고 있을 때, 정신과 의사인 P선생님을 만났다. 그리고 그 즈음 자신 의지대로 한 첫 선택을 했다. 다니던 학교를 사직하고, 긴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오래 앓았던 나 자신에게 이제는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으니까.


긴 여행길의 시작은 방콕이었다. 고맙게도 '다들 그렇게 힘들어' 라는 말을 하지 않았던 유일한 친구인 M이 첫 시작을 같이 해 주었다. 바빠도 스케줄을 조정하면서까지 이 주 정도의 시간을 만들어 저자의 여행길에 동행했다.

마냥 즐거울지 알았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 수 있겠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방콕으로 향했다. 일이 일어난 것은 닷새의 시간이 흐른 어느날이었다.

라오스 팍세에서 루앙프라방까지 가기 위해 저자와 M은 이층 슬리핑 버스를 탔다. 낡은 매트위에서 누워서 가는 버스. 스무 시간 정도를 잘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정말 행복한 추억을 쌓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스는 전복되었고, 그 사고로 인해 친구 M이 죽었다.

저자는 긴 시간동안 한국을 떠나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 여행길은 이 주만에 끝났다. 저자는 팔에 큰 부상을 입고 한국으로 돌아와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반복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말을 잃고 정신병동에 있어도 봤고, 퇴원 선고를 받은 이후에 다시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두려움에 몇번이고 자살시도를 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저자에게 있어 병원은 보호구역이었다. 아프다고 말하면 아픈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장소, 버스 전복 사고와 친구의 죽음도 혼자서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장소.

글을 읽다가 인터넷 검색창에 '라오스 버스 전복사고'를 검색해 봤다. 그리고 2015년의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그 기사의 첫 부분은 이렇게 시작한다.

라오스 버스 전복 사고가 발생해 관광객 1명이 숨졌다.

관광객 1명이 숨졌다.

전혀 모르는 타인이라면 기사를 보고 그저 안타깝네 하고 스쳐 지나갔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제는 잊을 수도 없어 품고 살아가야 하는 그런 커다란 상처를 만들었을 단 한줄의 문장.

아마 나는 절대 저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눈물이 난다.


사고 이후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도 일이었다. 타기만 하면 구역질이 나고 몸이 덜덜 떨린다. 하지만 저자는 살아간다.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도 했고, 그 길 위에서 저자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또한 필요없는 것을 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제는 담담하게 M의 죽음을 이야기 하게 되었나. 담담하게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고, 우울증 이야기를 하며 얼마나 자신이 아픈지 아파왔는지 그럼에도 견뎌내고 살아가는지.

잊혀지지 않을 상처다. 그럼에도 그 상처를 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이제 그 상처를 짊어질 용기와 힘이 생겼다는 것일까. 책을 덮으면서 앞의로 저자의 삶에 있을 행복의 크기가 겪어온 상처를 흘러보내는 추억이 될 만큼 커다랗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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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플린 베리 지음, 황금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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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추리물은 참 오랜만에 읽는다. 사실 어렸을 때는 셜록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등, 살인 사건이 등장하고 이를 해결하는 책을 참 많이 봤다. 그런데 최근에는 참 못읽겠더라. 특히 현대소설이라면 더더욱.

고전은 머나먼 이야기라지만, 현대문학은 결국 동시대의 이야기다. 나는 그 글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고, 그 글에서 일어난 각종 범죄와 모욕, 서러움과 답답함이 현실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음을 직시하고 나니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는 언니를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주인공인 노라가 언니의 흔적을 밟아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단순 수사극은 아니다. 수사극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언니인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겪는 노라의 심리적인 상태와 두 자매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갈등과 과거에 더욱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책은 총 3부로 등장한다.

1부 헌터스

2부 말로

3부 여우들

1부에서는 레이첼의 죽음과, 경찰을 믿지 못해 그 죽음을 직접 파헤치려고 하는 노라의 모습이 등장하고,

2부에서는 범인이 밝혀지나 싶더니, 더욱 더 큰 비밀이 밝혀질 것을 암시하며.

3부에서는 사이가 좋은 줄만 알았던 자매의 과거와 노라가 몰랐던 레이첼의 비밀이 드러나며 충격을 준다.

물론 3부에서는 범인이 밝혀진다. 하지만 다른 용의자들을 시간을 끌어 의심을 세웠던 것 보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범인은 결국 처음부터 언급되어지지만 결국 경찰들은 무시했던 그 분이다.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 보도록!


노라는 자기 자신이 레이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생각과 일상을 공유하고, 모르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우애가 돈독한 자매임에 틀림 없으니까. 그래서 레이첼을 죽음을 두고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이첼은 누군가에게 칼에 찔려 살해당할 정도로 원한을 살 만한 사람도 아니었으며, 최근까지 진지하게 만나던 남자친구도 없어 사랑싸움의 결과물로 살해당했을 리도 없었다.

어떤 증거도 얻지 못하고 있을 때, 노라는 15년전의 사건이 생각난다. 15년전, 혼자 파티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레이첼은 누군지도 모르는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그 당시, 경찰은 믿어주지 않았고 지금 레이첼이 살해당한 지금도 어쩐지 수사하는 데 있어서 미적지근하다.


15년 전, 레이첼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폭행을 당했을 때 결국 잘못한 것을 레이첼이 되었다. 레이첼이 술을 마신 상태였으며 저녁에 혼자 돌아다닌 죄. 더 나아가 폭행사건은 레이첼의 사기이거나 몸을 팔려고 했다가 실패해서 꾸며낸 것이라고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사람들은 멋대로 사건을 자기 멋대로 재구성한다.

피해자가 어떤 모습을 해야 '진실된 피해자'로 여겨 주려나. 모든 사건을 자신이 옆에서 듣고 본 것처럼 멋대로 해석하는게 참 재수없다.


사건이 전개될 수록 노라와 레이첼, 자매의 사이도 뭔가 애매하다. 레이첼의 생활을 파헤쳐보니 노라는 레이첼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에게는 입양했다던 애완견이 사실은 경비견이었고, 무엇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경비견을 집에 둔지도 모르겠다. 언니가 콘월로 이사갈 계획이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심지어 노라의 남자친구와 바람피웠던 그 여자가 언니인 레이첼이였음을, 그마저도 경찰이 알려 주어 알게 되었다.

그리고 15년 전, 파티장에서 자매가 대차게 싸웠고 노라가 술병을 던져 언니의 얼굴에 상처를 냈다는 것이 뒷부분에 등장하며 입을 떡 하고 벌렸다. 마냥 우애 돈독한 자매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마지막에 가서 레이첼과 사이가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이 노라를 살해 용의자로 의심하게 되는데, 나도 밝혀지는 진실에 정말 노라가 범인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레이첼을 스토킹 한걸로 추정되는 남자는 경찰에 끌려갔지만, 아무런 물증이 없어 풀려나고 만다. 정말 이 사람이 진범일까?

혹은 2년 전, 레이첼과 결혼 직전까지 같지만 헤어진 남자가 이제 와서야 불만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말, 이미 제 남자친구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고 참다 못한 노라가 언니를 죽였나?

뒤로 갈수록 사건의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모든 등장인물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경지에 오르는 글이었다. 하지만, 결국 단서는 처음부터 등장해 있었고 이야기는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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