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쁨 채집 생활 - 평범한 일상이 좋아지는 나만의 작은 규칙들
김혜원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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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는 게 참 그렇다. 작가의 성향과 맞지 않으면 솔직히 읽기 버거운 그런 책. 성격도, 삶의 방식도 나와 완전히 다르다면 그 작가의 에세이는 공감을 불어넣기는 커녕 조금 꺼려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혜원 작가의 에세이는 나와 성향이 참 잘맞았다. 글 하나하나가 공감되는 것 뿐이고, 어쩜 이리 성격까지 비슷한지!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거린 것 같다. 아니, 작가님 저인 줄! 내 마음과 생각을 어쩜 이리도 통찰하고 있는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빠져 들어 읽었다.


오늘 하루 참 보람찬 생활을 했다고, 자화자찬 하며 만족감에 젖어 잠든 날이 있었는 지 모르겠다. 내 하루의 끝은 언제나 자책과 자기비판 뿐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영어단어를 외우고, 학원 갈 준비를 하며 인강을 듣는다. 저녁에는 운동 할 시간을 낼 수 없어 지하철 역까지 40분을 꼬박 걸어가고, 지하철 안에서도 인강을 듣는다. 학원에서 비전공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10분의 쉬는시간마다 책을 읽는다. 집 오는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그날 공부한 것들을 복습하고, 집에 와서 씻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인강을 듣고, 문제를 풀고, 단어를 외운다.

그저 줄줄이 적어보면 참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고, 그리 생각할 지 모르는 요즘 일상이지만 새벽 1시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보잘 것 없다. 딱히 한 게 없어보이고 남는 것도 없다. 그래서 오늘 하루 또 헛으로 살았구나 하며, 나는 왜 이 모양으로 사는 걸까 자책하고 마는 것이다.

삶에서 부족한 부분만 곱씹는다면 평생이라는 세월을 다 써도 부족할 거다. 하지만 작은 기쁨과 행복, 한줌의 뿌듯함을 찾는 것은 왜 이리도 힘들까. 그렇기 때문에 "2퍼센트의 아쉬운 뽀시래기 행복이라도 틈틈이 주워 둬야 한다." 라는 말이 참 마음속에 와닿았다. 먼지 한톨 만큼의 작은 행복이라도 없으면 내 삶은 절망으로만 가득찰 것 같아서. 티끌도 모으면 태산이라던데, 지하철역 안의 베이커리에서 산 엄청 큰 초코칩 쿠키에서 느낀 기쁨이라도 모아두면 그래도 하루하루를 버틸 힘이 생기지 않을까.

10년 째 꾸준히 쓰고 있는 일기, 월급을 받자마자 가는 서점, 인간관계와 그 사이에서 느끼는 두려움, 그리고 버릴 수 있는 것.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불안, 깨달음을 담고 있는 『작은 기쁨 채집생활』

주변에 한명쯤 이런 사람이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일상이 뭔가 특별하거나 한 건 없다. 그저 회사원이고, 소소한 취미생활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짜증내고 기뻐하고 두려워하고. 그러기 때문에 더욱 읽기 편한 책인 것 같았다. 나도 작가님 따라 작은 기쁨을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주니까.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다가 소소한 기쁨(?)을 채집해봤다. 작가님이 글 속에 남편분을 그냥 이름 그대로 '김수현'이라고 지칭해서 피식 웃고 말았다. '김수현'뒤에 붙는 괄호 속에서 너무 담담하게 '남편 이름이다.'하고 적어놓은 게 유쾌하다. 그저 '남편'이라는 수식어 말고 이름을 그대로 적어두니 더 친근해진 것 같기도 하고 좋다.


책의 한 장이 다 끝날 무렵에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작은 규칙"이라는 부분으로 앞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래 맞다. 사실 특별할 것 없고, 누군가는 이게 뭐람. 나도 다 아는 이야기인데! 하면서 책을 덮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별것 아니고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 가장 하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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