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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속 - 새로운 시대가 대한민국에 던지는 질문들
김대식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2월
평점 :
2021년이 왔다. 2020년을 돌아보면 머릿속에 남는 건 오로지 코로나 뿐이다.
2020년 초봄에는 여름되기 전에 끝나겠지 생각했고, 여름에는 올해가 끝나기 전에는 종식되겠지 했다. 하지만 새로운 해로 넘어온 지금 코로나는 끝나가기는 커녕 하루에도 8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다. 코로나가 막 극성이기 시작했을 때는 100명도 참 많다 생각했는데, 이미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것 까지 보았기에 100명은 참 코웃음 나는 숫자다.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다들 몸을 사렸는데, 생각보다 길어진 장기전에 모두 지쳐버린 걸까.
1년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코로나는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아마 정부는 이렇게 많은 재난문자를 보내본 적이 없었을 테고(물론 나도 이렇게 재난문자를 많이 받아본 적이 없고), 학교와 회사는 어느 때 보다 IT기술과 가까워졌을 테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으며 무엇보다 마스크에 파묻혀 숨막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고작 1년, 코로나는 급격한 사회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앞으로 또 다른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역자학자 주경철, 사회학자 장덕진, 중국 전문가 정종호, 거시금육학자 함준호, 전략경영전문가 김동재, 그리고 뇌과학자 김대식.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공부하기 위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공부모임을 만들고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뇌과학, 경역학, 사회학, 역사학, 경제학. 5개의 분야에서 바라본 코로나가 가지고온 변화와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과거의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바라보는 책이다. (중국 전문가 정종호 교수님은 아쉽게도 책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인 장덕진 교수님은 국내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SNS연구를 개척해왔고, 코로나19에 대한 미디어 프레임과 정치적 파급효과 그리고 코로나19의 전파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를 발표해왔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사람들의 사회 네트워크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뽑아 감염 경로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예측 가능한 방법들을 몇가지 생각해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질본은 과부하가 걸려 이러한 역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코로나 뿐만 아니라 다른 감염병이 발발했을 때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주경철 교수님은 감염병이 어떤 방식으로 전파되는지 그 역사와 함께 이야기 하고 있다.
병사들에게 예방주사를 놓기 시작했던 1904년 러일전쟁 이후에는 싸움에 의해 죽은 사람들 보다 감염병으로 인해 죽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교통 발달은 바이러스 전파를 가속화했고, 미국에서는 질병 때문에 좋은 대학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영구 본토에 유학을 가서 공부하는데 미국에는 없던 낯선 병에 걸려죽었기 때문이다.
흑사병이 퍼지면서 인구감소와 농촌구조가 바뀌고 봉건제가 흔들리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전 사회에서 천천히 변하고 있던 것들이 어떠한 계기로 인하여 가속화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코로나 역시 천천히 움직이고 있던 변화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지는 않았을까 글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함준호 교수는 팬데믹 위기의 본질과 특성, 그리고 이에 대한 회복경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살펴보고 향후 경제 변화 방향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5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계층·산업·국가·지역 간 분절과 다극화를 심화시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미 진행되고 있던 신자유주의적 경제 세계화와 금융주도 자본주의의 퇴조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는 기제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119p)
둘째, 경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존의 금융주도형 자본주의에서 기술주도형 자본주의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121p)
셋째, 공급자 중심의 팽창지향적 양적 경제에서 수요자 중심의 가치지향적 질적 경제로 전환될 것이다. (123p)
넷째, 계층간 분배구조가 악화되면서 신자유주의 기반 시장경제시스템이 약화되고 국가의 개입주의 경향이 확산될 위험이 있다. (124p)
다섯째, 국제경제와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127p)
한국 경제의 변화에 관해서는 제조업 노동투입이 낮아지고 수출 감소로 인해 생산성 증가율의 하락으로 '일본화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며,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도입으로 인해 부채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분배구조 악화와 사회주의적 경제관이 확산되며 시장경제의 활력이 저하되고 경제의 비효율성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고 한다.
연세대학교 국제대학대학원 교수이자 한국블루오션연구회장인 김동재 교수님은 경영의 변화 방향과 한국 기업과 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한국은 생각보다 늦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전기자동차와 연계되는 배터리나 바이오, 인터넷 게임 분야의 업체들은 밝은 전망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인 미래를 본다면 조금 암울한 편이라고 한다. 한국 산업은 전통 산업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화되고 있는 와중 이러한 모습이면 안된다.
또한 한국 기업의 가장 큰 문제중 하나는 글로벌 강자가 보이지 않는 점을 꼽는다. 과거의 현대차, 포스코와 같이 현재 중요시 되는 산업에서는 그런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이자 뇌과학자인 김대식 교수는 초가속의 시대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 한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제1차세계대전이나 대공황으로 20세기가 시작된 것 처럼 21세기는 코로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가속화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반세계화, 미-중 신냉전, 사람과의 관계 사이에 IT가 포함되는 형태(AI) 등등을 설명하며, 이러한 가속화 되는 것들 중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가속은 소비자의 선호도를 예측하거나 선호도를 자극,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꼽는다.
앞으로 세상은 참 많이 변할 것이다. 이 모든 변화가 코로나가 단독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이전 세대에서부터 차츰차츰 변화해오던 것에 코로나가 방아쇠로 작용한 것이다.
아직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세계는 아직 멈춰있고, 이 멈춰있는 가운데 어떤 방향으로 미래를 준비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겨내야 한다. 우리는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