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양동이로 퍼붇는 것 같이 내린다. 비바람은 태풍이 되어 섬을 강타하다. 살림살이들이 바람에 휩쓸려 다닌다. 빗소리가 너무 커서 나는 잠결에도 빗소리를 들으며 잔다. 어둑해져 있는 한낮의 하늘은 온통 검은 회색으로 덮혀있다. 아득하다. 먹먹하다. 그리고 다시 시간들이 흘러간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내리더니 천정에서 빗물이 떨어져 방바닥이 온통 물난리다. 세수대야의 물을 버리고 다시 마른 걸레를 깔아 놓았다. 비만 오면 하는 물받침대인 셈이다. 천정이 썩어가는 냄새가 난다. 그렇게 비가 오랫동안 내리고 있다. 어떤 그리움이 마구 솟구쳐 오른다. 감성의 파동이 커져간다. 잊혀졌던 것들이 흘러넘친다. 비와 함게 홍수처럼 밀려온다. 아득하다.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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