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처럼 살고 싶었다. 조용히 묵념하듯 그렇게 버티고 서서 차가운 땅속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 살고 싶었다. 아무것도 원하는 일 없이 그렇게 흔들리면 흔들리는 데로 조용히 살고 싶었다. 이 시끄럽고 답답하고 무력한 세상에 살면서 나는 겨울나무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무는 춥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의미처럼 웅웅거리는 바람소리만 간간히 허공에 내뱉을 뿐이었다. 겨울나무는 반 벙어리인 것일까, 나는 겨울나무의 입을 쳐다보지 못했다. 나무의 입은 이미 봉해져 버린 채 나무는 그냥 가느다란 콧구멍으로 겨우 숨소리만 내고 있었다. 겨울나무는 이제 어떤 자유도 원하지 않은 채 그냥 그 자리에 꿋꿋이 서 있을 뿐이다. 그냥 그렇게 조용히 침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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