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는 벌거벗었다. 스스로의 옷을 모두 떨궈버린 겨울나무는 그래서 춥게 팔을 오그리며 떨고 있었다. 나는 나무의 기둥을 나의 두 팔로 힘껏 껴안아 주었다. 나무 껍질에 내 뺨을 비벼 보았다. 나무의 꺼칠하고 우둘투둘한 피부는 금방이라도 얼어버릴 것처럼 차가웠다. 나는 계속해서 나의 뺨을 나무의 껍질에 비비고 있었다. 나무를 끌어안은 나의 팔은 더욱 더 강하게 기둥을 붙잡아 주었다. 나무는 결코 쉽게 죽지않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점점 더 얼어가는 나무를 살려내려고 애쓴다. 그것은 겨울 한 철 나무의 생존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하는 사명감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나는 짚세기와 넓게 펴서 만들어 놓은 짚더미를 나무 기둥에 둘둘 말아 이불을 만들어 주었다. 나무는 좀 더 따뜻하게 이 겨울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무를 한참이나 더 안아주고 되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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