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이제 외롭지 않았다. 이상하게 거울방은 그녀를 감싸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끝없이 이어지는 그 어떤 것들이 그녀의 모든것을 삼켜버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마저도 좋았다. 너무나 오랜만에 그녀는 이곳에서 쉴 수 있었다. 회사에도 나가지 않고 오로지 일에 매몰되어 살지 않아도 되는 이 생활이 무척 신기하면서도 편안해서 우선 그녀의 몸이 축 늘어진 문어다리처럼 그렇게 펑퍼짐 해져 가고 있었다. 그녀의 육체는 점점 아줌마의 형체처럼 변해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조금 더 엉덩이 살이 펑퍼짐하면 어떤가. 그것은 그녀가 간절히 원하던 어떤 휴식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을 뿐이다. 그녀는 이 자체가 한없이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하루가 가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하루가 가고 있었다. 그녀에게 현실은 이제 없었다. 그녀의 현실은 그저 때가 되면 식사를 하고 양변기에 걸터앉아 볼일을 보고 방바닥에 대자로 누워 자유롭게 잠을 자거나 상상을 하고 그렇게 24시간을 보내는 일 외에는 어떤 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자체로 행복했다. 더이상의 행복은 떠오르지 않았다. 더이상의 부끄러움도 찾아 볼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딱 여기까지민 생각하기로 했다. 더 먼 과거도 더 먼 미래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녀에게 과거는 이제 없다. 미래 또한 없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만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녀는 단순한 하루를 보내길 원했다. 조용히, 아무 욕심없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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