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짙은 열패감을 안고서 거울을 쳐다 보았다. 그것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그것이 부정적으로 흐르는 생각을 어쩔 수 없어 했다. 천천히 흘러가는 것들을 사랑하려고 했다. 그러나 거울방에 갇혀있다는 그 생각은 그를 여전히 패배한 인간으로 남아있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서서히 흘러가더라도 그는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그는 당당해지고 싶었다. 현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그는 그런 현실의 열패감에서 서서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거울방 안에서 짙고 엷은 그림들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간이 정지 되어 있었지만 그는 시간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시간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었고 그런 시간은 그를 초조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여지는 시간의 형상들은 그저 정지된 채 흘러가는 것이었다. 그는 여전히 분침을 체크하는 쾌종시계처럼 그렇게 손가락 끝으로 방바닥을 톡톡치며 시간을 세고 있었다. 거울방은 여전히 차갑게 보인다. 그러나 그는 그런 차가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오로지 자유로운 공간으로 이동하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외에 어떤 생각도 여유를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그는 여전히 자유를 원했다. 간절히 갈망했다. 희구했다. 그의 작지만 강하게 생긴 눈동자는 이글거리며 불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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