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버렸다. 흔들리는 것들은 아름답다.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었던 것들은 이제 더이상 이름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흔들리는 것들이 다시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마다 그녀는 그것들의 이름을 철저히 지워버리기로 결심했다. 이제 계절이라든지 시간이라는 것은 없어진지 오래 되었다. 현실은 그녀에게 사치의 징조였으며 그렇게 그녀는 차갑게 식어가는 거울방에 홀로 앉아 뜨겁게 흐르던 과거의 모습들을 되새김질 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는 그래도 희망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서서히 흘러가기를 서서히 흐르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그녀의 차갑게 흐르던 혈액은 이제 더이상 더워지지 않는다. 방바닥은 덥지도 차갑지도 않게 유지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히 거울이 사방을 감싸고 있어서 방바닥이 싸늘한 겨울방처럼 느껴질 텐데도 어찌된 일인지 방바닥은 적당한 온기로 감싸여 있었다. 여자는 구둘장에 누워있는 것처럼 방바닥에 누워 방바닥에 등을 지지고 있었다. 아무런 것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누워있는 모습은 숲속의 공주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더욱 더 또렷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녀는 점점 더 현실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그녀는 전혀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감에 차서 이름을 잃어버린 모든것들을 사랑하려고 애썼다. 이름은 언제나 다시 지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하루는 그렇게 또 가고 있었다. 그녀의 시간들은 그렇게 흔들리듯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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