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더이상 이상한 상상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생각은 쉽게 긍정적인 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허탈한 마음을 정리하려고 거울을 두리번거리며 쳐다보았다.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는 거울의 어떤 모습속에서 어떤 해답을 찾으려는 것처럼 그렇게 거울을 쳐다보고 거울 표면에 손가락을 대어 쓰다듬어 보곤 했다. 이상하게 그의 손은 뜨거웠다. 그는 언제나 그 뜨거운 손으로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여자친구의 손을 포근하게 감싸주곤 했다. 여자친구는 언제나 냉기 가득한 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럴 때면 그는 항상 여자친구의 그 싸늘한 손을 꼭 쥐고 그의 뜨거운 손으로 녹여 주었다. 여자친구는 그럴 때마다 그가 한없이 따뜻한 심장을 가진 남자구나 라고 깊히 느끼곤 했다. 그의 손은 그만큼 특별하게 취급 받았다. 어디에서건 그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한 사람들은 그를 쉽게 잊지 못하고 깊게 그의 손을 기억했다. 그것은 그의 사회 생활을 남들 보다는 더 쉽게 할 수 있는 노하우 중에 하나였다. 그는 그런 뜨겁고 거부할 수 없는 손을 거울에 대보면서 무언가 그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들을 찾아 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영원히 이곳에 살아야 한다면 하루 빨리 이 거울의 정체를 밝히고 싶었다. 어차피 여기에 갇혀 살아야 한다면 그 거울의 실체라도 밝히고 싶다는 생각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지된 시간은 여전히 그래도 가고 있었고 아무리 늙지않는 불로초를 먹은 사람이 되다고 해도 그는 이곳을 나가 자유의 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는 이제 점점 더 이상하게 좁아 들어가는 거울방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혈안이 되어가는 자신을 더 깊게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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