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서서히 정지된 시간을 감미로운 음악에 젖어버린 것처럼 그렇게 조용히 눈을 감고 즐기고 있었다. 여자는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가늘게 감은 눈은 무언가를 모두 놓아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다. 그녀의 모든 소요물들은 이제 없다. 그가 얼굴에 바르던 화장품들과 화장대 혹은 컴터와 매일 다니던 회사와 도시의 시끌벅적한 거리와 뒷골목과 아늑하게 푹신한 창가에 위치한 앉으면 푹하고 들어가는 소파형 의자와 더없이 신선한 마트에 가지런히 진열된 열대과일과 갓잡은 돼지 뒷다리 살과 삼계탕에 적합한 크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껍질을 벗겨낸 깨끗하게 손질된 토종닭과 한달에 한번쯤 남자친구와 갔던 적당히 값이 비싼 이테리 레스토랑의 그 알 수 없는 메뮤판에 쓰여진 음식이름들과 고급 적포주와 그리고 백화점의 화려한 명품의류와 명품빽들이 진열된 상가들이 나열되어 있는 그곳은 어쩌면 그녀의 기억 너머로 모두 사라져 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발버둥 치듯이 남아있는 그런 모습으로 그녀는 그 모든것들을 일시에 놓아 버리고 싶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생각은 욕심을 키우고 욕심은 또다른 욕망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녀는 더이상 어떤 이미지에 대한 것에도 방해받기가 싫다는 듯이 눈을 번쩍떴다. 그녀의 뇌리속에서 뒤엉켜있던 것들은 그 순간 사라지고 없다. 한 순간이라도 그녀는 모든 것에서 잊혀지고 싶었다. 사라지고 싶었다. 어둠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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