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간절히 일상을 원했지만 그것은 다시 되돌아 갈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더이상 그는 반복되는 일상으로의 귀환을 꿈꿀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는 그래도 혹시나 하고 거울방의 틈새를 찾으려고 천천히 일어나 거울에 손바닥을 대고 미세하게 촘촘히 거울을 만져보기 시작했다. 거울은 여러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거울은 사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었고 네개의 거울로 말끔히 세워져 이음새가 정교할 만큼 깨끗했다. 조금의 틈새도 없었다. 거울을 깨부술 어떤 물건도 거울방 안에는 없었다. 양변기조차 너무나 단단하게 만들어 놓아서 어느 하나 떼어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텅 비어있는 거울방이 점점 더 자신의 몸 가까이로 좁혀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거울을 더듬던 손을 거두었다. 더이상 이곳을 나가야 한다는 희망 같은 것도 잊어버려야 한다. 깨끗이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었다. 그는 조용히 방바닥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는 그 무엇들이 그의 뇌속에서 부글부글 끊어 넘치는 것 같았다. 그는 자꾸만 흘러 넘치는 잡념들을 없애버리려고 더욱 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눈을 지긋이 감았다. 이제 그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깨끗이 포기하는 것 외에 그느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서던 거울들이 이제 정지된 듯 보인다. 그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스스로의 안전망을 만들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것은 그저 그의 마음속에서만 반복적으로 외쳐대고 있을 뿐 더이상 그는 어떤 반항도 필요치 않음을 느꼈다. 그는 더이상 그의 뇌가 앞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았다.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것이 그를 더 피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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