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정지된 시간의 수혜자였다. 그랬다. 그녀의 신체 리듬은 그렇게 팽팽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는 현실을 잊어버린 이곳이 좋았다. 과거의 나쁜 기억은 모조리 잊는 것이다. 이곳은 정지된 과거를 가지고 있으므로 나쁜 기억 쯤은 얼마든지 좋은 기억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의 기억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더욱 더 안좋았던 그 많은 기억들을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세상속에서 널브러지고 흐물거리는 기억의 파편들을 이제는 더이상 끌고 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그녀는 그런 이곳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기억은 상실되고 더이상 기억의 어둠속에서 방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녀는 그런 이곳의 그 알 수없는 차분함이 좋았다. 그녀는 끝없이 자신의 의미를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그저 정지된 시간 너머로 다가오는 어떤 일들도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그녀의 과거는 이미 사라지고 없고 앞으로 기억될 미래는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로 채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마구 떨려왔다. 그녀는 흩어지는 과거의 파편들을 더이상 돌아보지 않도 된다는 생각에 흥분하고 있었다. 기억은 더이상 흘러가지 않았다. 그녀는 점점 더 당당하게 내일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이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녀는 이제 그녀의 과거를 갖지 않아도 된다. 그저 미래의 그녀의 삶만이 펼쳐지는 것이리라. 그녀는 편안함으로 가득 찬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어떤 묵은 감정들도 사라지고 없었고 그녀는 천천히 이 평온한 시간속에서 현실을 기억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그저 조용한 숨소리만이 그녀의 몸속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상태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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