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희곡은 여자와 남자만 나온다. 그들은 서로의 명칭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냥 흘러갈 뿐이다. 그들의 모든 합작품은 그냥 하나의 우주처럼 광활하거나 남자아이들이 땅바닥에 놓고 굴리는 유리구슬처럼 아주 작은 공간에 위치해 있다. 남자는 서서히 자신의 존재가 커져가는 것을 알지 못한다. 어떤 그림자들이 흘러내려 가는 것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희곡은 그래서 아름답거나 황홀한 것보다 칙칙하고 무거운 회색의 느낌이 자주 나타난다. 그러나 여자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화려함이 극치를 보여준다고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고민을 극복한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나타나 남자를 유혹해 보려는 제스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자와 남자는 각각의 배경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들은 절대로 그들이 살고 있는 장소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을 수가 없다. 남자가 갇혀있는 공간과 여자가 갇혀있는 공간은 그래서 멀고도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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