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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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세상을 떠난 장영희 작가님이 남긴 마지막 산문집으로 1주기를 추모해 미출간 원고들을 묶어냈던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가 개정판이 출간됐다. 산문집에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과 문학작품에서 받은 감동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 책은 총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1부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에서는 작가가 겪은 일상의 순간들을 소박한 감정으로 되짚는다. 때론 유쾌하고, 때론 짠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은 일상을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2부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에서는 영미문학 작품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위대한 개츠비》, 《폭풍의 언덕》, 《오만과 편견》 같은 작품을 통해 인생과 인간관계를 바라보고, 책 속 문장들과 작가의 경험이 맞닿으며 ‘문학이 곧 삶’ 임을 고백한다. 장영희는 작품 속 인물들을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문학이 주는 위로를 진심으로 나눈다.


마지막 3부에는 본문에 인용된 영미문학 작품들을 정리해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직접 문학을 더 깊이 탐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 이 책은 장애와 병마 속에서도 “살아 있음” 자체에 대한 감사를 잃지 않았던 작가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 편의 시처럼, 편지처럼 다가오는 문장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리며, 문학이 우리 삶을 어떻게 단단하게 해 주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책에 줄을 긋는 걸 싫어하는 나지만 따뜻하고 깊은 위로를 건네는 문구가 많아 줄을 치며 곱씹으며 읽었다. 읽는 내내 장영희 작가님의 그 따뜻한 마음을 나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포근하고 따뜻한 도서를 좋아한다면 진심 강추-✨


🌸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어 더욱더 의미 있는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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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빛이 우리를 비추면
사라 피어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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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빛이 우리를 비추면』은 사라 피어스 작가님의 데뷔작으로 학창 시절 스위스 알프스 지역인 크란 몽타나 일대의 산악지대를 탐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 동생 아이작과 오랜 친구 로라의 약혼 파티 초대에 응한 엘린은 남자친구 윌과 알프스의 '르 소메' 호텔에 온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아이작의 약혼녀 로라가 실종되고, 그 이전에 실종된 호텔 직원 아델의 행방은 묘연하다.

눈사태 예보로 대부분의 투숙객들은 아랫마을로 피신한다. 그러나 미처 피신하지 못한 직원들과 일부 투숙객들은 눈사태가 발생하여 호텔에 고립된다.

고립된 곳에서 연속해서 살인사건이 벌어지지만 눈사태로 인하여 경찰은 올 수 없다. 결국 투숙객 중 직업이 형사인 엘린이 사건 해결을 위해 위임받아 활동하면서 진실에 가까워져 가는데..

📖 ‘고립’이라는 상황이 주는 공포는 이 소설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사라 피어스 작가님은 공간을 설계하듯 인물과 분위기를 치밀하게 짜낸다.

스위스의 하얀 설경과 럭셔리 리조트라는 배경은 낭만보다는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장치로 작동하고, 그 안에서 엘린이 겪는 심리적 불안정과 과거의 상처는 독자로 하여금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퇴근할 때도 어서 집에 가서 읽어야지 생각뿐.. ㅎ

『유리 빛이 우리를 비추면』이라는 제목처럼 모든 것이 투명한 듯하면서도, 손끝만 닿아도 쉽게 금이 가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엘린의 감정선이었다. 단순한 수사물의 주인공이 아니라, 상실과 죄책감, 두려움을 모두 짊어진 ‘한 인간’으로 그려졌다는 점이 좋았다.

그녀의 망설임과 무너짐이 오히려 용기로 전환되는 지점에서 이 소설은 단순 미스터리 이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건 미스터리이자 엘린의 내면 성장 소설’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 연달아 이어지는 살인사건과 힌트처럼 제공되는 범죄현장에 있는 물품들. 요양원의 비밀이 실타래처럼 풀리는 과정이 급하지 않고 찬찬히 이어진다. 빈틈없이 촘촘히 이어지는 스토리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음. 흡입력 장난 아님 주의!! 👍

📖 읽는 내내 안갯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바뀌었다. '로라가 범인인가? 마고가 범인인가? 아니면 사장이 범인인가? 누가 범인이지?'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모든 퍼즐 조각이 딱 들어맞을 때! 쾌감과 해소감이 밀려왔다. 내가 이걸 보려고 계속해서 달렸구나!!!!
(읽는 내내 범인 얘인가 밖에 생각 안 한 사람 접니다.)

이 책은 단지 ‘누가 죽였는가’를 묻는 게 아니라 ‘왜 그랬는가, 무엇을 감추고 싶었는가’를 함께 묻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 감정도 사건도 인물도 모두 예리하게 설계된 작품으로 밀도 있는 서사를 좋아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미스터리 소설. 애플 TV에 드라마 제작된다니 너무 기대된다!

진심 존잼 소설임. 꼭 봐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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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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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아홉, 더 이상 젊다고 말하기 어려운 나이가 되면서 ‘젊은’ 나라에서조차 '나라'는 애매한 나이가 되면서 기계와 더 어린 세대들에게 밀려난다. 『젊음의 나라』는 우리가 맞이하게 될지 모를 미래에 대해 아주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 주인공 ‘유나라’는 호텔에서 잘린 후, 국내 최대 노인복지시설 유카시엘에서 상담사로 일하며 각양각색의 시니어를 만난다. 인간 존엄, 죽음, 혐오, 소외, 욕망... 거창한 주제들이지만 그 모든 질문이 아주 작고도 조용하게 나라의 내면에서 피어난다.

일기라는 형식 덕분일까, 나 또한 그녀처럼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지만 감히 꿈꿀 수 없어 꾹 눌러 담아버린 날들이 있었기에 나라의 고백은 남 얘기 같지가 않았다. 

📚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시카모어 섬이라는 설정이었다.
"유토피아"라고 포장된 그곳에서 '진짜 사람다운 삶이 가능할까?' 노인들에겐 파라다이스일지 몰라도, 젊은 이들은 여전히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로만 존재한다.

'이건 과연 이상향인가, 또 다른 착취인가?'
읽는 내내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 또, '나라'가 시카모어 섬에 가기 위해 면접을 보는 장면이 여전히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카밀리아 레드너'에게 할 말 다 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의 내면이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옆에 김재희와 엘리야가 있어서 더 눈에 띄었는지도.. ㅎㅎ

📚 『젊음의 나라』는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아주 가까운 미래로 옮겨놓아서 더 불편하고, 더 생생하고, 더 아프게 와닿았다. 결국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손원평 작가님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이번에도 마음 깊은 곳을 찌르고 지나간다.

📚 아직 오지 않은 미래지만, 이미 우리 시대는 점차 고령화시대로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청년인 나도, 노인이 될 나도 함께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지금부터라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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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가 되고 싶어 - 읽고 옮기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개정판
이윤정 지음 / 동글디자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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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정말 행복할까?”

책을 읽기 전, 옮긴이를 보게 된다. 가끔씩 번역가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면서 책을 옮긴다는 행위가 멋지게만 느꼈다.


그런데 이윤정 작가님의 『번역가가 되고 싶어』는 그런 환상을 조용히 걷어낸다. 대신, 진짜 번역가의 삶을 솔직하게, 하지만 다정하게 보여준다.


📚 작가님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집에서 일을 하는 프리랜서다. 샘플 번역을 준비하고, 메일을 보내고, 마감에 쫓기고, 다시 고치고 또 고치는 삶을 꾸밈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반복적인 하루하루를 아주 담백하게 풀어낸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단단함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많이 밑줄 그은 말은 “번역은 숲을 옮기는 일”이라는 구절이었다. 단어 하나를 옮기는 데 몇 시간을 쏟기도 하고, 작가의 의도를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수없이 고치는 일. 번역이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지워내고 남의 목소리를 빛내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이 고되고 외로워도, 멈추지 않는 사람만이 번역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그저 걱정 없이 번역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 특히, 이 책이 특별했던 건, ‘꿈’이라는 단어를 빌려 자기애를 포장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번역료 이야기, 일감을 받지 못했던 날들, 작업 중간에 스스로를 의심했던 순간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손을 놓지 않았던 작가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좌절하고 포기할법한 순간도 있을 법한데 작가님은 계속해서 번역가 문을 두드렸고, 이뤄내신 것이다. 그게 바로 작가님이 보여주는 번역가의 모습이었다. 진심 멋졌다.👍 


📚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자주 말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 말 앞에 ‘얼마나 견딜 준비가 되었는지’를 먼저 묻고 싶어졌다.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로는 부족한 세계. 하지만 그 마음만으로도 시작할 수는 있는 세계인 것이다.


삶의 방식으로서 ‘번역’을 택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충분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 만일 번역가를 준비하고 있다면 좌절하지 말고, 작가님의 책을 통해 희망을 가지고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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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사랑
문녹주 지음 / 고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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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월한 상상력으로 동양적 세계관의 대체 현실을 설계해 온, 문녹주 작가의 첫 소설집 『지속 가능한 사랑』.


어떤 사랑은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 기억되는 거였다.

문녹주 작가의 『지속 가능한 사랑』은 사랑과 관계, 연대와 단절에 대해 묻는다.


책을 외우는 노예, 엄마의 가상 세계, 좀비와 기후 위기.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야기마다 아프게 박히는 건 결국 ‘사람’이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어머니의 도원향」, 「금서의 계승자」, 「지속 가능한 사랑」, 이 세 편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어머니의 도원향」에서는 죽은 엄마가 남긴 비밀스러운 가상공간이 나온다. 현실에선 다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가상 세계에서는 흐릿하게 울린다. 딸은 엄마의 환영을 따라 걷고, 끝내 도달한 곳엔 말보다 깊은 감정이 있다. 기억은 끝나도 사랑은 계속된다는 걸, 그렇게 조용히 말해준다.


「금서의 계승자」는 목소리와 기억, 책이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지식을 지닌 노예를 ‘책’이라 부르는 세계. 그 세계에서 소년과 소녀는 책을 넘기듯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 관계란 건 얼마나 쉽게 찢기고 또 어떻게든 이어지는지를 곱씹게 된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사랑」.

‘엄마’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복잡해지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사랑은 때로 오래가는 게 아니라, 끊어졌던 걸 다시 마주할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것. 모녀가 겪은 단절과 마주침은, 너무도 낯익고 아프다. 읽는 동안 여러 번 숨을 고르게 했다.


🌿 ‘지속 가능’하다는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감정은 쉽게 닳고, 관계는 균열이 생기고, 사람은 바뀌는데 그럼에도 이 책은 말한다.


지속 가능한 건 결국 마음이라고.

잊지 않으려는 의지, 이해하려는 시도, 말 대신 남은 침묵 속의 감정.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랑이 언젠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있다면, 이 책은 그런 우리를 조용히 껴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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