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라도 경주 - 느긋하고 깊고 다정한 경주의 사계절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3
김혜경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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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경 작가님의 『언제라도 경주』는 사계절의 온도와 골목의 숨결까지 담아낸 경주 여행 에세이다. 흔히 경주라고 하면 유적지나 고분부터 떠올리지만, 이 책은 그보다 훨씬 넓은 결을 보여준다.


봄의 벚꽃과 연분홍 오동나무꽃까지. 그리고 여름의 계림과 자전거 코스, 가을의 단풍과 고분 능선, 겨울 바람이 부는 황리단길까지. ‘천년의 도시 경주’가 사계절마다 어떤 얼굴로 살아 움직이는지를 잔잔한 문장으로 기록한다. 관광지가 아니라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까지 포착한 점이 매력적인 책이다.


🌸 읽다 보면 경주가 단순한 역사 도시가 아니라, 시간을 오래 품은 채 천천히 변해온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작가님이 직접 걸으며 찍은 사진과 풍경 묘사가 너무 생생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실제로 작가님과 함게 길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몇 년전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던 경주의 기억이 좋아 언젠가 방문해야지 하고 생각만하고 있었는데 이 책덕분에 다시 한 번 꼭 가봐야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어쩜 계절별로 이렇게 아름다운지.. ㅠ 


🌸 『언제라도 경주』는 푸른향기 출판사의 '언제라도' 여행 에세이 시리즈라 다른 시리즈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너무 재밌쟈나!!!


🌸 무엇보다 좋았던 건 여행을 “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시간”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SNS에서 사진 예쁘게 찍히는 장소나 여행 관광지가 아닌, 작가님만의 속도로 찬찬히 여유있게 즐기는 여행법을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책 읽는 내내 ‘경주가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구나’ 싶어 놀라기도 했다. 경주의 다채로운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 즐거웠다. :)


🌸 『언제라도 경주』는 여행이 그리운 사람뿐 아니라, 요즘 마음이 조금 무겁거나 속도가 너무 빨라져 버렸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천천히, 꾸준히, 그리고 부드럽게 살아가는 도시의 리듬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경주의 시간 안에 서 있는 느낌이 든다. 언젠가 정말 ‘언제라도’ 떠나고 싶은 도시로 경주를 새로 기억하게 만드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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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훔치는 그림자 사유와공감 청소년문학 3
이성엽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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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엽 작가님의 『이름을 훔치는 그림자』는 ‘이름’과 ‘기억’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존재의 조건을 소재로 삼은 청소년 성장 판타지다. 어느 날, 주인공 지훈의 친구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듯 지워지고, 그 친구를 기억하는 사람은 지훈 혼자뿐이다. 존재가 지워지는 공포, 기억에서조차 사라지는 무력감을 마주한 지훈은 친구를 되찾기 위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 그 과정에서 ‘이름을 불러주는 존재의 힘’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판타지를 빌렸지만 결국 “존재한다는 것”의 본질을 묻는 깊은 여운이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는 일, 이름을 불러주는 관계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우리는 알고도 종종 잊고 지내지 않나. 지훈이 친구를 기억하는 단 한 사람이자 마지막 사람이 되었을 때 느끼는 외로움과 책임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어떤 순간은 기묘하고, 어떤 장면은 뭉클하고, 또 어떤 부분은 현실적이라 더 아팠다.


📖 판타지 구조이지만 청소년의 고립, 상실, 두려움 같은 감정선이 정말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이름을 빼앗긴 존재는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설정은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내가 불러주는 이름들은 어떤 의미인지, 관계의 본질을 깊이 떠올리게 한다.


📖 『이름을 훔치는 그림자』는 가볍게 읽히지만 메시지는 묵직하다. 존재의 의미, 관계의 가치, 기억의 힘을 이야기하는 판타지를 찾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마음속에서 누군가의 이름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되는 그런 책이라 청소년에게 권해주고 싶은 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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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願) : 강원 테마 소설집 UMZIPS 3
김윤지 지음 / 칼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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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지 작가님의 『원(願) : 강원 테마 소설집』은 강원도 네 지역—태백, 횡성, 양구, 속초의 자연과 역사, 공간의 힘을 바탕으로 만든 한국형 SF 단편집이다. 작가님이 직접 현장을 답사하며 얻은 감각과 지역의 결을 미래적 상상력과 결합해 ‘장소가 서사를 이끄는 소설’이라는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 첫 번째 단편 <선우와 지안>은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닌 두 소녀가 ‘듣기’와 ‘보기’라는 능력으로 진실에 다가가는 성장·모험담이다. 원래 공포 장르를 좋아해서 그런지 읽는 내내 긴장감 있게 빠져들었다. 다만 단편이라는 한계 때문에 이야기가 짧게 끝난 점이 살짝 아쉬웠다. 이건 장편으로 확장해도 정말 매력적인 작품일 것 같다. 진심 간절히 바라본다!🙏


🌄 <소실>은 완벽한 돌봄을 약속하는 유토피아 ‘인피니티 타운’에서 디스토피아 현실로 탈주하는 이야기다.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수몰 지역’이 품은 슬픔과 기억이었다. 주인공과 성주연의 마지막 결말도 너무 궁금해서 둘이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 <즐거운 항해일지>는 제2의 지구 ‘라온36f’에 도착한 탐사대의 정신건강 담당의가 남긴 편지 형식의 이야기다. <선우와 지안>에 이어 또 한 번 몰입해서 읽은 작품이었다. 빛나는 식물들, 신비로운 동굴, 낯선 행성 등 상상할수록 이미지가 확장되는 SF 특유의 매력이 가득했다. 정말 나도 가보고 싶은 세계라서 마지막까지 너무나도 즐거웠던 소설!


🌄 마지막 <설>은 과거·현재·미래의 나를 정확히 구현하는 시스템에 맞서 “진짜 나”를 선택하는 자기결정 서사다. 미래에 이런 기술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고, 작가님의 상상력의 폭이 어디까지일까 감탄했다.


그리고 마지막 각 단편 뒤에 지역별 문화자원을 해설해주는 페이지가 있어 작품의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작가님께서 직접 다녀와서 알려주는 배경지식이라 더욱더 신뢰가 가고 좋았다. 알찬 단편집!!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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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가득 위로가 필요해
이명진 지음 / 크루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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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진 작가님의 『한 입 가득 위로가 필요해』는 ‘음식’이라는 아주 일상적인 언어로 우리의 상처와 기억을 다독이는 에세이로 35가지의 레시피가 담긴 기록이다. 북어 보푸라기, 배춧국, 곱창전골, 오징어볶음처럼 평범한 음식 속에 담긴 위로와 추억이 조용하게 흘러나온다.


🍲 책을 읽다 보면 ‘음식’이라는 것이 단지 허기를 채우는 도구가 아니라 마음의 허기까지도 채우는 존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실패하고, 상처받고, 피곤하고, 외로울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따뜻한 무언가를 떠올리곤 한다. 작가님은 그 순간의 감정과 음식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그 음식이 그 순간에 왜 필요했는지, 그리고 그 음식에 대한 기억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읽는 내내 엄마가 들려준 속내같은 느낌이라 더욱더 위로받았다. :)


너무나도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인데 이제는 음식을 통해 추억속에서 꺼낼 수 있는 청사진같은 느낌이라 시부모님과 엄마 이야기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 누구에게나 떠올리면 뭉클한 음식이 하나씩은 있지 않나. 나 또한어렸을때 할머니가 직접 해주시던 '내장탕'이 여전히 시골가면 찾는 음식이다. 어린시절  근처 도축장에서 내장을 싸게 사와 직접 손질해서 보글보글 끓여준 할머니표 '내장탕'. 여전히 밖에서 사먹는 '내장탕'보다 할머니가 직접해주는 그 음식이 여전히 제일 좋아 한다.


음식이 힘들었던 시절을 껴안아 준 기억이 있어서 작가님의 이야기가 더 크게 와닿았다. 누군가의 말보다 따뜻한 국물 한 숟가락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는 걸 작가님의 경험이 그대로 보여준다.


🍲 P253. 오늘도 수고한 당신, 너무 애쓰지 않으면 좋겠다. 오지 않은 미래 땜누에 현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소한 웃음이 쌓이면 5분을 더 버틸 수 있고, 따뜻한 위로가 쌓이면 50분 더 버틸 수 있으며, 한입 가득 맛있는 응원이 쌓이면 5시간을 버틸 수 있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갈 힘이 생긴다.


p253 "수고했어요. 지금까지 견뎌 낸 그 시간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존중 받을 자격이 있고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에서 눈물 흘릴 뻔 했다. 너무나도 울컥하는 말이었다. 진짜 제목 그대로 위로가 필요한 순간 꼭 읽으면 좋은 도서라는 걸 느꼈다. ㅠㅠ


🍲 『한 입 가득 위로가 필요해』는 단순한 감성 에세이가 아니다. 음식이라는 친숙한 매개를 통해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지탱해왔는가”를 조용히 돌아보게 하는 도서다.


지친 하루 끝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허기질 때, 이 책 속 이야기가 따뜻한 식탁처럼 느껴질 것이다. 최근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 많았다면, 이 책이 작지만 진한 위로가 되어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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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1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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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 11권』은 인물들의 삶이 가장 격하게 흔들리는 시점이다. 명희는 남편에게 학대를 받으며 사랑 없는 결혼 생활 속에서 점점 고립되고, 우연히 다시 만난 상현과의 감정은 이미 되돌릴 수 없음을 확인한다. 서로 이야기를 트고 웃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밖으로는 사회가 흔들리고 안으로는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겹치는 분위기가 책 전반에 깔려 있는 느낌이었다.


📖 가장 가슴 아픈 건 환과 기화의 비극이었다. ㅠㅠ 지삼만의 계략으로 끝내 목숨을 잃은 환. 그리고 아편에 잠식된 기화는 서서히 무너진다. 두 사람의 파국은 시대와 개인의 비극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여준다. 평사리에서는 복동네와 봉기 노인의 사건이 터지며 ‘말의 책임’과 군중심리의 무서움을 알 수 있었다.


📖 대거 검거되는 계명회 사건은 시대가 얼마나 거칠게 사람들을 휘몰아가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토지 11권』은 거대한 역사 속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그 속에서도 이어지는 연민과 품격을 깊게 느끼게 하는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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