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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브루노 야시엔스키 지음, 정보라 옮김 / 김영사 / 2025년 5월
평점 :

🔥 '브루노 야시엔스키' 작가님의 도서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1928-29년 프랑스 잡지 <뤼마니테>에 연재된 소설로 혁명에 대한 강렬한 신념과 노동민중에 대한 믿음을 거침없어 드러낸 도서다.
거기에 정보라 작가님께서 기획 및 번역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의 줄거리는 주인공 피에르는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가 감원으로 인해 실직하게 되고, 자연스레 그의 여자친구 자네트에게도 버림받는다. 실의에 빠진 그는 길거리를 전전하다 감옥에 수감된다.
출소 후, 연구소 청소부로 취직한다. 그는 연구소에서 흑사병 균이 담긴 병을 훔쳐 파리의 수압관리탑에 흑사병 균을 살포한다. 도시 전역에 공포와 혼란이 도사리게 되는데..
🔥 흑사병 균 살포는 단순히 테러나 복수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도시 전체가 붕괴하면서 계급, 민족, 권력 구조가 뒤엉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현실과 겹쳐 보이는 지점이 많았다.
🔥 처음엔 ‘너무 과격하고 비현실적이잖아?’ 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읽다 보니 이건 그냥 한 인간의 분노나 복수극이 아니라, 그 사회 자체에 대한 냉소와 심판 같은 느낌이 강했음.
부르주아 사회, 자본주의, 민족주의. 이런 모든 것들을 무너뜨려버리고 그 위에 그들의 유토피아를 세우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왜 작가님이 이 소설 때문에 프랑스에서 추방되었는지 알 것도 같단 생각이 들었다. 진심.. 이걸 프랑스에서 출간한 작가님이 대단하신 것 같다고 생각함.
🔥 그러나 마지막에 책을 덮고 뒤끝이 깔끔한 게 아니라 약간 씁쓸했다. 피에르가 진짜 원했던 건 이런 대단한 혁명이 아니라 그저 ‘나도 사람이다’라는 최소한의 인정 아니었을까 하는 점이다. 결국 이런 괴물이 되어야만 세상이 그를 바라봐준다는 게 너무 슬펐다.
또한 한 편으로는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도 '피에르 같은 사람, 존재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공감받지 못하고, 사회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 그들이 만약 극단적인 방법으로 세상에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 우리는 그걸 비난만 할 수 있을까?
🔥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도서는 묵직하고 불편했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날 책 같다. :)
읽는 내내 "지금 내가 사는 세상도 좋게 변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